신향순 시인 / 다래와 할머니
할머니 산소는 숲이 지워버린 길 그 끝에 있었다 모처럼의 발소리에 너럭바위 걸터앉았던 햇살이 놀라서 후다닥 일어선다
상석 위엔 손마디만한 다래가 다닥다닥 쪼그려 앉아 있다
바구니 그득 담아두었다가 입속에 넣어주던 그 맛
말캉말캉 피어오르는 초록향이 할머니의 넋을 풀어헤친다
산새들 날아와 한 알 두 알 쪼고 있다
이승의 이야기 한보따리 놓아두고 왔다
신향순 시인 / 시를 낭송하다
시집 속에 단풍잎 있다 어렵고 어지러운 말들을 밀어내고 들어와 붉게 피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휑한 가슴에 비바람 들락거린 흔적 보듬고 있지만 가을을 먼저 알리며 노래하던 알고 보면 저들 몸이 시였다
책 속에 넣어둔 하늘과 바람 또는 꽃과 별을 이불처럼 덮고 누웠다
끝내 시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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