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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소연 시인 / 시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29.

최소연 시인 / 시詩

 

 

 이등병의 전사戰士로 원고지에 들어선다

 

 리듬을 무시하자 사금파리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던 행行들이 교집합을 한다 볼펜은 그 행간마다 소녀시대가 흔들던 언어의 탬버린을 친다 온음표가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그러자 한숨을 담은 연聯들이 한 무리를 이룬 자리로 적색신호등을 들고 시어가 찾아와 사투리로 말을 한다

 

 상징법과 풍유법으로 그 사투리를 해독하려고 하였으나 역설과 아이러니가 찾아와 더욱 목을 조인다 비유의 개념을 정의하지 못한 무명의 시인이 어둠 속에 묻혀 밖으로 나올 줄 모른다 창밖엔 넉넉한 저녁노을이 찾아와 등을 다독여 준다 신기神氣의 전신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

 

 산을 넘었지만 짐승들의 울음소리뿐이다

 

 


 

 

최소연 시인 / 여자의 분홍빛

 

 

 여자의 분홍이 무엇인지 난 알아, 그것은

 

 시럽같은 첫사랑이야 검지손톱에 물든 봉선화 빛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이고 언덕 위에 핀 접시꽃이기도 해 그리고 먼 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야 때론, 여자의 분홍빛은 수평선이 되는 날도 있었고, 강물에 얼굴을 비춰 보기도 했어 여자의 분홍빛이 낙엽을 밟았을 때, 가슴이 으스러지는 소리를 처음 들었어 여자의 분홍빛은 슬픔과 쾌락을 구분하는 중앙선이기도 했어 눈 속의 인동초가 웃는 것도 여자의 분홍빛이 있기 때문이야

 

 여전히 분홍빛으로 나는 나를 로스팅하여 너를 추출하는 중이야

 

 


 

최소연 시인

강릉에서 출생. 가톨릭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을 수료, 2018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나를 로스팅하여 너를 추출하다>. 현재 강원도문인협회 사무차장과 강원현대시문학회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