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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남재만 시인 / 바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4.

남재만 시인 / 바위

 

 

뒤돌아보지 말라고

죽어도

뒤돌아봐선 안된다고

그토록 타일렀건만,

넌 끝내

뒤돌아보고야 말았구나.

이젠 어쩔 수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뒤돌아본 네 업보만큼

억겁의 세월을 기다리면 비로소

그때사 누군가가 네게로 오리라.

너의 그 억겁의 잠을 깨우러

다가오리라.

하지만 네 곁에 와선 그 역시

또 하나의 바위가 되리라.

 

 


 

 

남재만 시인 / 하나님 전상서

 

 

하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오늘 긴히 아뢰고자 하는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가능하시면 저를 짐승으로 좀 만들어 주시옵소서!

 

사람의 몸을 하고는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을 수가 없고

또 죄짓지 않고는 정말이지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하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사 부디 짐승으로 만들어 주시되

눈만큼은 사악하지 않게 순한 짐승이 되게 하옵소서.

 

 


 

남재만 시인(南在萬.1937.∼2021)

대구에서 출생.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 1950년대부터 창작활동. 1979년 [시문학]에 <가을 산사>, <까치소리>가 추천되며 등단. 의사로서 비뇨기과를 경영하며, [수화(手話)] 동인으로 활동. <아직도 하늘은>(1993)으로 1993년 제18회 시문학상을 수상. 【시】 <다부원(多富院) 그 후> <수염을 깎으며> <경국지색(傾國之色)> <울음, 그 원초적 소리> <열반의 문 <섹스의 PR> 【시집】 <까치소리>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 <아직도 하늘은> <촛불은 온몸으로 어둠을 떠다밀고> <하느님전 상서> <꽃은 어디에 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