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만 시인 / 바위
뒤돌아보지 말라고 죽어도 뒤돌아봐선 안된다고 그토록 타일렀건만, 넌 끝내 뒤돌아보고야 말았구나. 이젠 어쩔 수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뒤돌아본 네 업보만큼 억겁의 세월을 기다리면 비로소 그때사 누군가가 네게로 오리라. 너의 그 억겁의 잠을 깨우러 다가오리라. 하지만 네 곁에 와선 그 역시 또 하나의 바위가 되리라.
남재만 시인 / 하나님 전상서
하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오늘 긴히 아뢰고자 하는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가능하시면 저를 짐승으로 좀 만들어 주시옵소서!
사람의 몸을 하고는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을 수가 없고 또 죄짓지 않고는 정말이지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하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사 부디 짐승으로 만들어 주시되 눈만큼은 사악하지 않게 순한 짐승이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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