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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안다 시인 / 천사 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1.

양안다 시인 / 천사 잠

 폭우입니다. 누군가의 비명인 줄 알았습니다. 힘껏 소리를

 지르면

 목구멍이

 거대한 파이프입니다. 이것은 기쁨입니까. 주파수를 변환하면

 슬픔이 됩니까. 과연 우리의 가슴에 우리의 마음이 있나요. 우리의 뇌가

 우리의 주인입니까.

 서론이 길었습니다.

 천사들이 노 젓는 배가 출항하는 날.

 앉을 자리가 없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를 환영하세요. 낮과 밤을 버티다 잠들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벚꽃이 흩날리고, 쏟아지는 속삭임, 깨진 유리 잔

 총성이 울리면 에코가 퍼지고,

 나는 순환 기질입니다. 웃고 울고 웃고 울고 낮과 밤과 마음이 가슴이.

 맞담배

 하시겠어요?

 모두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나의 아름답고 강박적인 환자들 또 영영 아름다워라.

 통나무는 내리막으로 굴러가는데.

 징그러움은 피부에서 굴러가는데.

 누군가의 언덕이 내게는 넘지 못할 산이 되고.

 무한히 높은 장벽 무한히 넓은 장벽.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물속 가라앉은 도시에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자들.

 장벽 너머 그곳에는

 무슨 종의 꽃이 피어 있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는지,

 그곳 사람들은

 신체 어디에 마음을 담아두고 있는지.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검은 장벽,

 만져보았습니다. 매끈하고 엄격한 건축술입니다.

 머리가 돌고 위액이 역류하였습니다. 장벽 앞에서 힘껏 소리를

 

 지르면

 사소한 파이프입니다. 주파수를 변환하지 않아도

 무기력입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뇌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문지기와 순례자가 설전을 벌이는 동안 순례자의 아이가 장벽을 만지는 동안 성난 순례자가 장벽에 계란을 던지는 동안 깨진 계란이 장벽 위에서 흘러내리는 동안 아이가 흐르는 계란을 손가락 끝으로 만져보는 동안 다른 계란이 아이의 머리를 가격하는 동안. 불과 깃발을 들고 온 행렬이 장벽 앞에서 시위하는 동안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종교인의 신앙이 흔들리는 동안 계란을 던진 순례자와 아이의 순례자가 다투는 동안,

 수레바퀴가 돌아간다. 운명이 아닌

 우연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어느 화가는

 커다란 캔버스에 장벽에서의 시간을 그려내었다.

 나의 마음보다 크구나. 한 손엔 벽돌,

 한 손엔 시멘트를 들고.

 접견하겠습니다.

 수레바퀴를 외발자전거처럼 타며,

 찬사들이여, 곤히 잠든 환자들을 위해

 노 계속 저어주어요. 숨 쉬고 숨 뱉고 강박적인 결벽적인 물처럼 불처럼 아름다운 아름다운 아름다운.

『현대시』 2022년 11월호

 

 


 

 

양안다 시인 / 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창살을 빗줄기로 보았을 때

사람들은 내가 갇혔다고 말했다.

투명한 감옥에서.

혹은 끝없는 잔디밭에 누운 채로.

서둘러,

새들은 말한다. 서둘러 늦으면 안 되니까.

저 골목을 지나서 인파를 헤치면서.

네가 맞이하게 될 첫 세계야.

어때?

저는 턱에 구멍이 났나봐요.

기울이는 잔마다 질질 흘리기 일쑤고

갑자기 목소리를 잃곤 해요. 내 말이 이해 돼요?

나는 들은 척만 한 건데.

나라는 사람은

몇 송이의 리시안셔스외

슬픈 멜로디로 채워져 있는 듯해요.

나는 꽃이름을 외우지 않는다. 그것이 유치해서.

신이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는 동안

천사는 푸주칼로 살덩이를 잘라내었다. 댕겅 댕겅

댕겅.

그걸 자른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까?

내리친다. 벼락이 땅을 쓰다듬기 위해

그러나 새들은

바보, 천국은 그런 게 아니지, 한다.

그래요. 신이 선하거나 악하거나 하는 기준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요.

나는 그를 무척 어리다고 여겼어요.

시작되는 연인들은 아직 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영원한 아이인 줄도 모르고,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영원.

그런 건 한 번 잘린 인간의 신체가 다시 자라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절단된 정신을 붙잡고 영원을 꿈꾸는 연인이 이 땅에 있다. 사랑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영원에 실패하기를 반복할 거면서.

그것이 유치해서.

신은 새 모래성을 쌓으려 또 부수기에

어느 쪽이 더 선명하게 보이나요.

앞에 뭐라고 쓰여 있나요.

푸주칼로 마구 내리친 천국인가요?

아니면 반듯하게?

어느 쪽이?

그것은 나의 무기다.

그것은 나의 목련이다.

그것은 나의 퍼레이드고

그것은 나의 졸피뎀이다.​

아이는 발목에 닿는 물기를 느낀다. 문득 해변의 모양을 바라본다. 바닷물이 아이의 발목을 적신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아이는 물의 춤을 바라본다. 해변을 사랑할 의지가 없다.​

​​

『현대시』 2022.11월호 중에서

 

 


 

양안다 시인

1992년 충남 천안에서 출생.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2014년 《현대문학》 6월호에 신인추천 당선으로 등단.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동인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창작 동인 '뿔'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