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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호상 시인 / 벅수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1.

임호상 시인 / 벅수

 

벅수, 저 깊은 화강암 안쪽

수백 년 된 침묵이 흘러나온다

죽어도 죽지 못하고

다 알아도 말하지 못하는

성좌(星座)의 눈동자

마을 어귀에서 여전히 유영 중이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묵묵히 있는 것

늘 기다리고 있는 것

알고 보면 벅수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는가

침묵으로 말을 다 하고 있다

 

남정중(南正重), 화정려(火正黎)

나는 저 벅수의 이름과 표정을 보느라

눈 밑에 쓰여진 문장을 듣지 못했다

오래 들여다보라고 귀 기울이라고

벅수는 물고기 가시 화석을

몰래 몰래 숨겨두고 있다

 


 

임호상 시인

1967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 2008년≪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시집으로『조금새끼로 운다』, 시화집『여수의 노래』가 있음. 제27회 한려문학상 수상, 제44회 전남문학상 수상. 여수문인협회 지부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