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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왕노 시인 / 백년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4.

김왕노 시인 / 백년

 

백년은 어디 있는가. 어디서 꽃으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나

백년은 가장 귀한 선물이고 너는 백년을 더 사는 백년 사람이라야 하므로

백년아. 어느 때 어느 곳으로 가야 백년 한 철이 있어 구할 수 있나

백년은 귀한 시간이라 돈으로 뭐로도 살 수 없으므로 더더욱 찾고 싶은 백년

백년을 찾아도 가져 올 수 없다면 사랑아 손잡고 백년의 하늘 아래로 가자

백년의 하늘 아래에는 화무십일홍이 없어서

지는 꽃도 없이 한 번 피었다 하면

꽃은 꽃말을 머금고 백년을 가고 한 번 짝을 맺은 사랑도 백년을 가고

우리 문명의 치명적 오류는 백년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 백년 숲, 백년 바다

백년 돌, 백련 하늘, 백련 나무가 있으나 우리에게 백년이 없다는 것

백년아, 그러나 우리는 백년을 찾아 백년도 못 갈 사랑으로 지지고 볶고

백년도 못 갈 그리움으로 울고불고 백년도 못갈 기다림으로

절망에 절망을 하고

백년도 못 가는 목숨인데 서로가 노려 방아쇠를 당기고 폭탄을 쏘아대고

백년보다 더 오래 갈 것을 백년도 못 가는 우리가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은

백년에게 정말 미안한 일, 백년 살다간다는 말은

우리에게 얼마나 희망적인가.

백년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아 어디로 가고 있나, 철새 떼와 섞여 멀어지나

백년이 부족하면 나의 몇 십 년을 보태 백년을 만들어 주고 미련 없이

아아 내가 사라져도 후회할 일이 아닌데 백년은 정말 어디 있는가.

지하 아득한 막장의 곡괭이 앞에서 질 좋은 석탄처럼 있는가. 화석으로

백년을 찾아 실크로드를 따라가도 좋고 왕오천축국으로 누란으로 가도 좋고

백년의 꿈은 누구에게나 있어 차라리

백년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려 녹야원으로

설산으로 자작나무 숲으로 찾아가 명상에 잠겨도 좋은데

백년이 있었다면 그 백년에 또 백년을 보태려고 아우성 칠 테지만

우선 백년을 찾아 푸른 사과가 등처럼 빛나는 일번 국도를 종일 달려도 좋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라는 노래를 부르며 별 가까운 곳으로 가도 좋고

운석을 찾아가듯 백년을 찾는 붐이 일어나

여기저기 백년을 찾아 떠나는 사람

백년을 만들려는 연금술사가 꼬박 밤을 지새우고 그 알량한 백년이 아니라

그 귀한 백련을 찾아, 백년은 산죽 숲에 뱁새와 어울려 재잘거리고있나

나의 백년이 아닌 너의 백년은 멀리 떠나가는 배에 타고 출렁이고 있는가.

떡갈나무꽃말은 사랑은 영원히 이고 백년초의 꽃말은 사랑, 열정, 정열이고

소나무의 꽃말은 불로장생인데 어느 것 하나 백년을 넘으려는 꿈을가졌는데

백년이 없으면 백년을 개발해야 하고 백년이 있으면 찾아나서야 하는데

사랑이라면 몇 개의 백년이 있어야 그것을 사랑이라 말 할 수 있는데

백년도 아닌 후딱 지나가버리는 생, 후딱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안쓰러워

백년은 어딘가에 분명 있고 백년을 네게 선물하는

영광스런 시간도 있을 것인데

백년아, 백년을 말하면 눈가에 눈물이 질척거리는데 자꾸 서러워지는데

멀지 않아 백년이 길 잘못 들어 우리에게 오는 소리

천지를 뒤흔들 것 같은데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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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

1957년 경북 포항 동해 출생. 공주교대 졸업. 아주대학원 졸업.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등이 있음.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2008년 제3회 지리산 문학상, 현재 웹진『시인광장』 편집주간,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