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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재덕 시인(운중) / 가슴과 본능 사이엔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4.

김재덕 시인(운중) / 가슴과 본능 사이엔

 

 

답답하고 외로움에 몸부림쳐도

말 못 할 아픔의 멍에가 치밀 때까지

가슴 속이고 본심을 숨기며 살아간다

 

왜 이리 살아야 하나

뜨거운 가슴 차가워야 했던 자존심으로

그 불만족까지 잠재워야 했다

 

저 먼 산 구름이 꼈다

 

그리 사는 이 나뿐이런가

사랑이라는 매콤함을 쫓지 않았고

나를 놓으려는 허심이 본능까지 짓누른다

 

설령 그 후기가 두렵다기보다는

겁쟁이 아닌 양심에 쇠뿔 뽑다가도

안타까운 청춘은 주름살 흘긴다

 

참, 그런 날들 많았다만 헛헛하게 익었다

 

그랬지

다가서도 기쁘지만은 않던 가슴들

그리 보내야만 했던 어설픈 헛똑똑이

목숨줄에 길들어진 울부짖는 승냥이처럼

촉촉한 사랑이 서럽기도 하다.

 

 


 

 

김재덕 시인(운중) / 엄니

 

 

어머니가 떠나간

왼쪽,

혀를 디밀면

떠난 자리가 깊다

 

고통째 뽑혀

사라진 어머니,

아이들은 벽을 넘어

고개 하나 고개 둘

무덤을 기웃거린다

 

느닷없는 공백은

자유만큼의

뿌리를 들어올리고

나는 듯

느리게 추락하는 것

 

어깨 걸쳐

팔 벌린 여유도 잠시

우르르

발 디딘 자리

차례로 무너지는 소리

 

단무지 하나

자를 힘없이 흔들려도

버팀만으로

벽이 되었던 내 어머니

같은 엄니

 

 


 

 

김재덕 시인(운중) / 우리나라 꽃은 어디에서 피는가

 

 

무궁화를 무척 사랑한 아버지

진드기 풍뎅이가 들끓는 꽃나무를

왜 울타리처럼 심는지 아들은 몰랐다

 

덕분에 풍뎅이는 등짝이 벗겨질 만큼

툇마루가 반질반질하게 돌았다

 

묵묵부답이던 어느 날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며 통일의 염원으로 삼천리강산에 피어야 할 꽃이라고" 알려주셨다

 

당신의 세월을 보낸 붕어빵 눈으론

그 희망의 꽃을 볼 수가 없다

눈만 돌리면 무궁화나무가 보였는데

어떤 사유로 국화가 사라졌을까

 

활짝 웃고 있어야 할 자리엔

플라타너스 벚꽃 은행 조팝나무

이름 모를 나무가 빼곡한 내 조국에서

이방인 된 듯한 무관심이 흐른다

 

민족의 혼이 깃든 우리나라 꽃

그 무궁화꽃은 어디에서 피는가?

 

 


 

김재덕 시인(운중)

전라남도 신안군 출생. 호는 운중. 대학에서 호텔 경영학 전공. 부산에서 신도리코 대리점 사업하여 자수성가. "종합문예 유성" 자문위원과 "가슴 울리는 문학" 대표로 활동. 2017년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문인권익옹호위원회 위원장.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정회원. 2018년 한국문학 발전상 수상. 시집 <다 하지 못한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