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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제인 시인 / 과외 선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4.

이제인 시인 / 과외 선생

-밥 시편1

 

 

내가 밥을 위해 사는가

밥이 나를 위해 있는가

일 끝난 늦은 시간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생각한다

 

너 없이는 나 없고

나 없이는 너도 없는

이 질긴 업장감옥

 

성적이 잘 안 나왔다고

툴툴대던 진영, 윤재, 그 엄마의 얼굴이

바윗돌처럼 목구멍에 걸려 있다

 

내일 내 밥그릇은 무사할까?

 

 


 

 

이제인 시인 / 새에게 밥을 빌다

-밥 시편25 / 온몸이 수저가 되어

 

 

마른 풀씨 한 자락 앞에 두고

머리 조아리며

수십 번 땅에 절한다

다시 고개 들어 하늘 바라본 후

온몸이 수저가 되어 밥을 먹는다, 새는

 

밥상은 그렇게 받드는 것이라고

그래야 밥이, 밥이 되는 것이라고

 

아침 생선구이, 무국, 오징어무침

여러 찬 앞에 놓고도

젓가락질 머뭇거리는 나에게

한 말씀 하신다

 

아직 배가 부르구나!

 

 


 

이제인 시인

경남 하동에서 출생. 2003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 생의 무게를 달다』(시학, 2003), 『오늘 내 밥그릇은 무사할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