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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표문순 시인 / 매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7.

표문순 시인 / 매미

 

 

어떤 때는 노래라 했고

어떤 때는 울음이라 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는

절규라고 적는다

 

세상에 눈을 뜨고서

더 캄캄해져 뱉은 외침

 

 


 

 

표문순 시인 / 디그레이드Degrade

 

 

사방이 길이라도 나는 늘 일방이었다

일순간 잘못 탔던 방향에서 당황스레

새로운 길 하나를 만나 벚꽃에 취했던 날

 

경험만한 지시등이 어디에 있느냐고

비밀처럼 만났었던 꽃날花日을 부풀리며

내 뒤만 따라와 보라고 오른손을 깜박였지

 

언제나 그렇듯이 애먼 쪽으로 들어서며

억양 높은 기계적 지시어에 빠졌다가

아주 긴 방향을 타는 점멸적 모녀 사이

 

《정음시조》2022. 제4호

 

 


 

표문순 시인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 한양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문학박사). 시집 『미안한 연애』.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우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시조집 『공복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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