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시인 / 사소한 웃음
한동안 소식 끊긴 사람에게 카카오톡이 왔다 한겨울 느닷없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냐 묻는다 언젠가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은 꼭 사세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대답도 하기 전에 바닷가 풍경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물결치는 바다를 배달했으니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속이 깊은 바다와 걸음이 예쁜 구름이 하늘을 지나는 풍경을 전송하고 지구에서 가장 푸르게 출렁이는 것을 주었으니 그대는 내게 무엇을 더 주실 수 있는 지요? 물었다
빙수가 먹고 싶은데 어떡하느냐 딴소리를 한다 기온이 뚝 떨어져 바닷물이 꽁꽁 얼면 짭쪼롬하고 달콤한 빙수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가 킥킥 웃는다 나도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동그랗게 웃었다
달빛으로 푸른빛이 도는 이마가 시릴 때까지 우리는 킥킥거리다 헤어졌다 무거운 두뇌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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