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시인 / 어찌 하려고요
그대여 봄, 하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대가 입술을 오므려 봄이라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 입맞추고 가 버리면 어찌 하려고요, 아니 누군가 입맞춤하고 달아난 뒤 아, 하고 놀라는 순간에 입 속으로 씨앗 하나 들어와 싹을 틔우면 어찌 하려고요, 아니 아니에요 꽃 핀 다음에 이내 져 버리면 그 기나긴 정적을 다 어찌 하려고요
권경애 시인 / 꾸불꾸불 꿈틀꿈틀 어딘가 조금씩 삐뚤어지거나 짝짝이어서 살짝 흐트러진 사람의 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하지 반듯한 산 반듯한 강 없고 반듯한 나무 반듯한 꽃 없지 반듯한 나무 반듯한 강은 자로 재고 대패로 깎은 것 꽃도 잎도 피우지 못하고 들로 바다로 흐르지도 못하지 그러니 나도 그냥 내버려 두어볼까? 꾸불꾸불 꿈틀꿈틀 하나로 바다로 이르는 저 나무처럼 저 강처럼 - 권경애 시집 '러브러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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