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택 시인(군위) / 염불암 가는 길
한발 한발 걸어갑니다 종아리 힘줄 힘을 줍니다 구불구불 산길 걸어갑니다 티끌 없는 바람 불어옵니다 내 발자국 밟으며 걸어갑니다 힘들면 나무들이 밀어줍니다 거기 자작나무 숲이 없다면 염불암까지 어떻게 올라가겠습니까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입니다 새소리도 새로운 산길입니다
서종택 시인(군위) / 눈보라
새해 첫날 여수 향일암 갔다오는 길 갑자기 쏟아지는 눈발에 캄캄하였답니다 처음 당신 손 잡은 날처럼 눈앞이 캄캄하였답니다 눈앞이 캄캄한 날 때문에 저는 또 얼마나 다른 길을 걷게 되었던가요 차창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보라 길 건너 아름다운 산천 남김없이 지우니 맨발의 당신 앞에 맨발로 앉았을 때처럼 세상 한복판에 제가 있는 줄 알았답니다 아셨던가요,당신이 제 손 잡아줄 때까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답니다 엄청난 눈보라와 함께 눈 녹은 물 시커멓게 튕겨 내면서 자동차는 달리고 눈 덮인 아름다운 산천 당신 위해 뒤에 남겨 놓았답니다
서종택 시인(군위) / 또, 하루
하는 일 없이 또 하루 흘러갑니다 행여 당신 오실까 제 그림자에 잠긴 산 바라봅니다 세월의 가장자리에서 어둠이 밀려와 삶의 빈터 빈틈없이 메웁니다 행여 당신 오실까 당신 걷는 길 위에 제 마음 달빛처럼 쏟아붓습니다 산 넘고 세월 건너 당신 손 잡고 싶어 제 삶의 손가락 마디마디 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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