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규 시인 / 구절초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는데
미루나무 이파리 우수수 허공을 날며
돌아갈 곳이 어딘가 묻는다
-문예지 『리토피아』 2012년 겨울호
양문규 시인 / 감을 매달며
어머니 툇마루에 걸터앉아 감 깎는다 족히 열접 넘어 보이는 감들 어머니 손끝에서 껍질 벗겨진다 나는 잘 깎인, 둥그런 감들 싸리 꼬챙이 꿰어 처마 끝에 매단다 시커먼 그을음뿐인 내 몸도 실은, 속살마저 가을볕으로 포개지는 연한 건시乾枾가 되고 싶다 헌 푸대자루에 담긴 저물대로 저문 어머니의 뼈같이 상강霜降 무렵, 허공 중에 매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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