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시인 / 나뭇잎 발자국
나뭇잎이 다녀간 가지마다 조그만 발자국이 선명하다 무심히 입었다가 벗은 나무의 옷이려니 생각했는데 아니다, 갈잎 한 잎마다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생명이 다녀간 자리에는 늘 자국이 남는다 나뭇잎이 떠난 빈 가지 그 방에 들어 지등을 밝히면, 봄 살림을 차리는 나무는 물 한 섬으로 이미 충만하다
이곳에서라면, 나도 맑게 살 수 있겠다 또 무심히 떠날 수 있겠다 햇살과 흙으로 빚은 발자국 하나 남길 수 있겠다
발자국은 앞서 간 사람의 선물이다 뒤에 오는 당신은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들어와 댓돌을 쓸고 식솔을 늘일 것이다 문득, 낮 모르는 당신의 생이 궁금하다
김종윤 시인 / 상처가 길이 된다
상처가 길이 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것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치악산생명문학축제시화전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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