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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종윤 시인 / 나뭇잎 발자국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7.

김종윤 시인 / 나뭇잎 발자국

 

 

나뭇잎이 다녀간 가지마다

조그만 발자국이 선명하다

무심히 입었다가 벗은

나무의 옷이려니 생각했는데

아니다, 갈잎 한 잎마다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생명이 다녀간 자리에는

늘 자국이 남는다

나뭇잎이 떠난 빈 가지

그 방에 들어 지등을 밝히면,

봄 살림을 차리는 나무는

물 한 섬으로 이미 충만하다

 

이곳에서라면,

나도 맑게 살 수 있겠다

또 무심히 떠날 수 있겠다

햇살과 흙으로 빚은

발자국 하나 남길 수 있겠다

 

발자국은 앞서 간 사람의 선물이다

뒤에 오는 당신은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들어와

댓돌을 쓸고 식솔을 늘일 것이다

문득, 낮 모르는 당신의 생이 궁금하다

 

 


 

 

김종윤 시인 / 상처가 길이 된다

 

 

상처가 길이 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것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치악산생명문학축제시화전시집

 

 


 

김종윤 시인

1965년 충북 옥천에서 출생. 1998년 《공무원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볔을 기다리는 마음』 『텃밭 생명의 노래』 『길에게 길을 묻다』 『네모난 바퀴를 가졌네』 『나뭇잎 발자국』 『금강 천리 길』 『 기술교사의 학교일기』가 있음. 충남의 중등학교에서 30여 년째 기술 교사로 근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