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인 시인 / 과녁
화살나무였다
몸이 다 젖었다
차라리 붉게 붉게 부서지자고 먼데서 바람이 불어왔다
아프지 않았다
조금만 웃자고 내일에게 약속했다
죽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이 많아졌다
죽은 자가 산 자의 장례식을 치루고 있었다
온몸이 과녁이었다
텅 빈 과녁사이로 흐르는 말이 잘 들렸다
이자인 시인 / 알 수 없는 계절
뜰을 거닐다 당신의 봄을 내가 밟고 말았습니다 나는 취중이어서 꽃처럼 터지려합니다 4월이 푸른 혈관 속에서 팽창하는 소리 새 빨간 소리로 나를 덥석 삼키는 소리, 폭발 중인 소리라니요 취한 길 더듬거리며 당신에게로 날아가는 중입니다 이 길을 춤추라니요 텅 빈 소리 가득 찬 랜덤의 시간 살아나라니요 자꾸 태어나는 태양을 사라진 머리 위에 굿모닝, 하고 걸어놓겠습니다 잠시 진지한 척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당신은 언제부터 한 쪽다리를 절뚝거리며 배꼽 위를 돌고 있나요 서 있었나요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나요 쫑긋거리면서 한 계절을 후려치고 있나요 혀 짧은 소리로 오는 봄 거친 손으로 허공을 휘젓고 있는 당신 소리 없는 소리로 터지며 추락해도 좋은 여전히 봄 속인가요
-《다시올문학》 2016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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