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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경애 시인 / 어찌 하려고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8.

권경애 시인 / 어찌 하려고요

 

 

그대여

봄, 하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대가 입술을 오므려

봄이라고 말하는 순간

누군가 입맞추고 가 버리면

어찌 하려고요, 아니

누군가 입맞춤하고 달아난 뒤

아, 하고 놀라는 순간에

입 속으로 씨앗 하나 들어와

싹을 틔우면

어찌 하려고요, 아니

아니에요

꽃 핀 다음에

이내 져 버리면

그 기나긴 정적을

다 어찌 하려고요

 

 


 

 

권경애 시인 / 꾸불꾸불 꿈틀꿈틀

어딘가

조금씩 삐뚤어지거나 짝짝이어서

살짝 흐트러진

사람의 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하지

반듯한 산 반듯한 강 없고

반듯한 나무 반듯한 꽃 없지

반듯한 나무

반듯한 강은

자로 재고

대패로 깎은 것

꽃도 잎도 피우지 못하고

들로 바다로 흐르지도 못하지

그러니 나도

그냥 내버려 두어볼까?

꾸불꾸불 꿈틀꿈틀

하나로 바다로 이르는

저 나무처럼

저 강처럼

- 권경애 시집 '러브러브'에서

 

 


 

권경애 시인

2000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누군가 나를』, 『러브 버그』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