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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대선 시인 / 혼불1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7.

강대선 시인 / 혼불11

-김정 님

 

 

프레스에 절단된 손가락으로

난간을 꼭 붙들고 있던 동생아!

 

너는 부패한 시신이 되어 이 못난 형을 부르는구나

계엄군으로 온 나를 부르는구나

내 총이 너도 겨누었을까?

 

술 한 잔을

쓰게 넘긴다

잘린 너의 손가락이

비닐에 싸인 너의 몸이

나를

부르는구나

 

 


 

 

강대선 시인 / 혼불12

-전재수 님

 

 

친구들과 함께 미끄럼 타고 있었어요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려와 무서워서 도망치는데 아끼던 고무신이 벗겨졌어요

 

고무신을 주우러 돌아섰을 때

내 몸에 여섯 발의 총알이 박혔어요

 

군인 아저씨 보고 좋아서‘만세’를 불렀는데

나라를 지키는 고마운 군인 아저씨라고 손을 흔들었는데

 

왜 나를 쏘았을까요?

 

미끄럼 타던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고

손에 든 고무신이 떨어졌어요

 

군인 아저씨

제가‘만세’하고 부른

그 꼬마예요

 

고무신을 든 그 꼬마

 

 


 

강대선 시인

2016년 <시와사람> 시 등단,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계간《시와사람》 등단.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시집으로 『메타자본세콰이어 신전』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 등이 있음. 김우종 문학상. 다보 젊은작가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