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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수윤 시인 / 1’이라는 숫자의 무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9.

조수윤 시인 / '1’이라는 숫자의 무게

 

 

맨 앞에서 숨 돌리는 그대,

뒤쫓는 자들 보다 잠시 빨랐을까

앞서겠다는 의지에 스스로 지쳤는가

 

가시팔목 가냘픈 그대,

새로운 시작 불모지 한가운데

고독의 무게에 지쳐 그리 말랐는가

 

그대, 주위 시선에 묶인 어깨 힘 좀 푸시게

믿음을 무거워하지 마시게

시계바늘 끝에 매달린 달력 너머로 나를 이끌어주게나

 

그대가 그려준 길따라

다져준 뜻의 오솔길따라

내 가볍고 무거운 몸 굴려가리다

 

 


 

 

조수윤 시인 / 깊은 산에 숨어있는 한 무덤을 바라보다

-기호에 대한 명상 마침표.

 

 

겨울산 속에 누군가의 마침표 하나 찍혀 있다

주어 술어 한 짝씩 가난한 짚신 문장도

다이아몬드 오팔빛깔 잘난 것들도

무겁게 찍힌 마침표가 되어서

 

쉿-

조용히 누워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문장 같은

터널 안에서

불같이 달리다가도 결론에 다다르면

누구든지 마침표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하지만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기에

왕릉을 올려다보는

애기무덤은 슬퍼하지 않는다

 

하얀 눈을 깔고 그 위에 꽃을 피우며

다시 새로운 문장이 시작될 것을 알기에

마침표 정수리 끝에 누워 동그랗게 동그랗게

낡은 꿈을 말아 새 꿈을 꾸고 있다

 

 


 

조수윤 시인

1989년 서울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콘텐츠학과 박사과정. 2013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의자도 자란다』 『코골이 행진곡』이 있음. 월간 모던포엠 신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