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윤 시인 / '1’이라는 숫자의 무게
맨 앞에서 숨 돌리는 그대, 뒤쫓는 자들 보다 잠시 빨랐을까 앞서겠다는 의지에 스스로 지쳤는가
가시팔목 가냘픈 그대, 새로운 시작 불모지 한가운데 고독의 무게에 지쳐 그리 말랐는가
그대, 주위 시선에 묶인 어깨 힘 좀 푸시게 믿음을 무거워하지 마시게 시계바늘 끝에 매달린 달력 너머로 나를 이끌어주게나
그대가 그려준 길따라 다져준 뜻의 오솔길따라 내 가볍고 무거운 몸 굴려가리다
조수윤 시인 / 깊은 산에 숨어있는 한 무덤을 바라보다 -기호에 대한 명상 마침표.
겨울산 속에 누군가의 마침표 하나 찍혀 있다 주어 술어 한 짝씩 가난한 짚신 문장도 다이아몬드 오팔빛깔 잘난 것들도 무겁게 찍힌 마침표가 되어서
쉿- 조용히 누워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문장 같은 터널 안에서 불같이 달리다가도 결론에 다다르면 누구든지 마침표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하지만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기에 왕릉을 올려다보는 애기무덤은 슬퍼하지 않는다
하얀 눈을 깔고 그 위에 꽃을 피우며 다시 새로운 문장이 시작될 것을 알기에 마침표 정수리 끝에 누워 동그랗게 동그랗게 낡은 꿈을 말아 새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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