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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승진 시인(홍천) / 꽃마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0.

장승진 시인(홍천) / 꽃마리

 

 

너에게

다가간다는 건

나를 조금씩 버리는 일

 

아주 작아

하마터면 밟힐 뻔한

가냘픈 영혼 향해

 

숙여 엎드린다는 건

간절히 기도하는 일

 

마음에 새겨 넣기 위해

허리 뻐근해진 이름

 

가슴에 훅 안겨들던

조그만 얼굴

 

-시집 <천상의 화원>에서

 

 


 

 

장승진 시인(홍천) / 환한 사람

 

 

환한 사람 되고 싶다

어둠 탓이 아니라 스스로 환~한

단아하며 은근히 밝아

움직이는 모든 것 모여들게 하는

그런 사람 만나 닮아가고 싶다

 

화난 사람 세상에 너무 많아

전화 받기 겁나고 마주치기 싫어

가만 앉아 입 닫고 귀 막고 살 수도 없고

환한 데서 환하게 안 되니, 화가 났는지

샛길 찾고 빈틈 노려 찌르는 사람들

 

환한 사람 만나고 싶다

환하게 인사하며

환한 꽃, 피우는 사람들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일을 해도

 

조용하게, 은근하게 빛나는 사람

 

 


 

장승진 시인(홍천)

강원도 홍천 출생. 영어교육과 영문학 전공. 1990년 <심상>, 1991년 <시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한계령 정상까지 난 바다를 끌고 갈 수 없다] [환한 사람] [빈 교실] [천상의 화원]. 홍천여고, 춘천여고 교장 역임. 속초<갈뫼>, 춘천<A4> <삼악시> 동인. 춘천문협, 한국문협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