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원 시인 / 설원의 나무
위, 아래 좌우가 아슬아슬한 경계에 히말라야시다가 산다
설원 꿈꾸다 부드러워진 가시 촘촘히 층을 이루었으나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뿔로 선다는 것은 여가 어지러운 일 아닐 것
그러나 나는 이처럼 순한 뿔을 본 적 없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란 시간 밖의 경계라는 것을 아는 히말라야시다
위에 누르는 무엇을 치받고 싶을 때 나는 뿔의 그늘에 앉아 커피 마시고 불끈 솟는 힘으로 종이컵 구긴다
그러나 뾰족한 창날처럼 우둑 서 누군가를 찌르기 전 푸른 깃발 흔드는 히말라야시다
깊고 넓은 지반은 갖진 못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고함치는 자폐의 뿔이기보다 천천히 밀어 올리는 허공의 피 몸속에 당겨 넣어
힘보다 순리를 앞세우는 뿔이어서 설원의 꿈 단번에 꾸게 하는 뿔이어서 히말라야시다, 나는 네가 좋았다
-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시산맥》에서
최지원 시인 / 아날로그
구름 모자 눌러 쓴 코끼리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태생적으로 '와'여서 너와 나여서 아프다 너의 귀를 나의 귀에 너의 눈을 나의 눈에 넣고서 너의 나로 흘러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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