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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지원 시인 / 설원의 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0.

최지원 시인 / 설원의 나무

 

 

위, 아래 좌우가 아슬아슬한 경계에 히말라야시다가 산다

 

설원 꿈꾸다 부드러워진 가시

촘촘히 층을 이루었으나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뿔로 선다는 것은 여가 어지러운 일 아닐 것

 

그러나 나는 이처럼 순한 뿔을 본 적 없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란 시간 밖의 경계라는 것을 아는

히말라야시다

 

위에 누르는 무엇을 치받고 싶을 때

나는 뿔의 그늘에 앉아

커피 마시고 불끈 솟는 힘으로 종이컵 구긴다

 

그러나 뾰족한 창날처럼 우둑 서

누군가를 찌르기 전

푸른 깃발 흔드는 히말라야시다

 

깊고 넓은 지반은 갖진 못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고함치는 자폐의 뿔이기보다

천천히 밀어 올리는 허공의 피 몸속에 당겨 넣어

 

힘보다 순리를 앞세우는 뿔이어서

설원의 꿈 단번에 꾸게 하는 뿔이어서

히말라야시다, 나는 네가 좋았다

 

-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시산맥》에서

 

 


 

 

최지원 시인 / 아날로그

 

 

구름 모자 눌러 쓴 코끼리는 아날로그로 흐른다

 

태생적으로 '와'여서

너와 나여서 아프다 너의 귀를 나의 귀에 너의 눈을 나의 눈에 넣고서

너의 나로 흘러서 아프다

 

 


 

최지원 시인

1967년 경북 포항 출생. 본명: 최미애. 경일대 대학원 수료. 2014년 <월간문학> 동시 신인상 수상. 2016년 계간 『시산맥』 등단. 시집으로 『얼음에서 새에게로』와 동시집 『초승달 지팡이는 어디에 있을까』가 있음. 2021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수혜. 제11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제16회 황금펜아동문학상 수상. 현재 한우리 독서 논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