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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현정 시인 /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6.

오현정 시인 /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

한 자루의 초가 평생 동안

탈 수 있는지

그 사람은 가르쳐주지 않았어

초는 혼자 타며 외로움도 태웠지

남은 환상은

우리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사랑의 깊이 몇 센티

이별의 슬픔 몇 그램

한 때를 잊을 수 없어

흔들리는 풍경 하나

절제와 극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오현정 시인 / 시는

 

 

톡 쏘는 매운맛이 난대요

달콤하든지

새콤하든지

울컥, 울컥, 밀어 올린대요

체한 것들 쑥쑥, 내려간대요

 

 


 

 

오현정 시인 / 기적

 

 

웃을 때마다 달큼하네요

 

지구별로 온 심쿵 씨

 

무럭무럭 자라는 혀가 천지를 창조해요

 

 


 

 

오현정 시인 / 밝은 날은 아라홍련

 

 

넉넉하기도 하지

홍련과 백련을 거느리고 가야읍을 연분홍 향기로

채운다

 

함안연꽃테마파크 사이길

잎맥에 청아한 빛 가득한 채 발돋움한 아라홍련

고려 적이나 지금이나 우아하기도 하지

칠백 년의 꿈에서 깨어난

여인은 꽃말의 승무를 춘다

 

소맷자락에 나의 부끄러움 휘감고 세상의 늪에서 오묘한 빛 건져올린다

모든 업은 보살이 되는 중이다

 

 


 

오현정(吳賢庭) 시인

1952년 경북 포항 출생.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1978년, 1989년 『현대문학』 2회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 『지금이 가장 좋은 때』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 『고구려 남자』 『에스더 편지』 『물이 되어, 불이 되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등. 한국문협작가상, 애지문학상, 김기림문학상대상 등을 수상.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센타 문예창작 강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계간 『시산맥』 『시와문화』 『착각의시학』 편집자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