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하 시인 / 시詩
휘파람 불듯 비눗방울 날리듯 입에서 새끼들 풀어 놓는 물고기 있다 찰나네 어미 입으로 숨어드는 목숨들 있다
물풀로 금줄 치고 부화 기다리다 주리고 주려서 뼈가 되고 살이 붙는 말
머금어 기를 수 있는 것이 자식들만 아니구나 곡절에 피어나 가슴을 치는 노랫말도 난생卵生이구나
눈감고 부르는 청 좋은 노래 구전口傳하는 생명이여
권덕하 시인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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