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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덕하 시인 / 시詩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6.

권덕하 시인 / 시詩

 

휘파람 불듯 비눗방울 날리듯

입에서 새끼들 풀어 놓는 물고기 있다

찰나네 어미 입으로 숨어드는 목숨들 있다

 

물풀로 금줄 치고 부화 기다리다

주리고 주려서 뼈가 되고

살이 붙는 말

 

머금어 기를 수 있는 것이

자식들만 아니구나

곡절에 피어나 가슴을 치는 노랫말도

난생卵生이구나

 

눈감고 부르는 청 좋은 노래

구전口傳하는 생명이여

 

 


 

 

권덕하 시인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권덕하(權德河) 시인

1958년 대전 출생. 2002년 《작가마당》으로 평론, 2006년 《시안》으로 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생강 발가락』(애지, 2011), 『오래』가 있음. 문학평론집 <문학의 이름>, 문학연구서 <콘라드와 바흐찐> 등이 있음. 대전작가회의 회장과 한국작가회의 이사를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