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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재삼 시인 / 12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6.

박재삼 시인 / 12월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라

 

 


 

 

박재삼 시인 / 비오는 날

 

 

가슴을 다친 누이는

오지 못할 사람의 편지를 받고

다시 한 번

송두리째 가슴이 찢긴다

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물

땅에서도 괴는 눈물의

이 비오는 날!

 

 


 

박재삼(朴在森) 시인(1933년-1997년 향년 64세)

사천 앞바다의 품팔이꾼 아버지와 생선장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절대궁핍을 경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중퇴, 195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1955년부터 〈현대문학〉 등에 근무하다 1968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마비. 처녀시집 〈춘향이 마음〉 이후 〈뜨거운 달〉·〈찬란한 미지수〉·〈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비 듣는 가을나무〉·〈해와 달의 궤적〉·〈다시 그리움으로〉에 이르기까지 시집 15권과 수필집 〈차 한잔의 팡세〉를 냈으며, 현대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노산문학상·인촌상·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