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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성란 시인 / 들길 따라서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27.

홍성란 시인 / 들길 따라서

 

 

발길 삐끗, 놓치고 닿는

마음의 벼랑처럼

 

세상엔 문득 낭떠러지가 숨어 있어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 너에게

 

 


 

 

홍성란 시인 / 설악 공룡능선

 

 

엎드린 돌의 나이를 묻는 사람 있었다

답을 바란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훔치듯 훔치다 말고 셔터를 눌렀다

 

곧추선 돌의 자세를 헤아리기 전부터

이 모양으로 돌은 기어 다녔으나

바위도 피할 수 없는 여린 일 있었다

 

지도에 없는 교차로에서 뒷모습을 보내고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꽃 피고 꽃 지는 일 아닌 운명이라 불렀다

 

ㅡ 2020년 열린시학 동인지『빛, 그 너머』(고요아침, 2020)

 

 


 

 

홍성란 시인 / 조실 설악무산

 

 

 절창이다 절창

 거짓말도 추임새라,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아 이놈도 최고요 저놈도 최고라니 가도 가도 안개 는개 가다서다 안개 는개

 

 말 아닌 말이 있다면 아부쟁이라 하오리

 

『좋은시조』(2018, 가을호)

 

 


 

홍성란 시인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으로 등단. 시집  『춤』 『황진이 별곡』 『따뜻한 슬픔』 『바람 불어 그리운 날』과  현대시조 100인 선집 『겨울 약속』과 시선집 『명자꽃』이 있음. 편저 『중앙시조대상 수상 작품집』이 있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유심작품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현재 성균관대. 방송대 강사.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유심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