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시인 / 들길 따라서
발길 삐끗, 놓치고 닿는 마음의 벼랑처럼
세상엔 문득 낭떠러지가 숨어 있어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 너에게
홍성란 시인 / 설악 공룡능선
엎드린 돌의 나이를 묻는 사람 있었다 답을 바란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훔치듯 훔치다 말고 셔터를 눌렀다
곧추선 돌의 자세를 헤아리기 전부터 이 모양으로 돌은 기어 다녔으나 바위도 피할 수 없는 여린 일 있었다
지도에 없는 교차로에서 뒷모습을 보내고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꽃 피고 꽃 지는 일 아닌 운명이라 불렀다
ㅡ 2020년 열린시학 동인지『빛, 그 너머』(고요아침, 2020)
홍성란 시인 / 조실 설악무산
절창이다 절창 거짓말도 추임새라,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아 이놈도 최고요 저놈도 최고라니 가도 가도 안개 는개 가다서다 안개 는개
말 아닌 말이 있다면 아부쟁이라 하오리
『좋은시조』(201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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