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혜 시인 / 결혼
당신과 같은 주소를 갖고 싶었습니다 기다림 밴 맑은 물 하얀 쌀을 씻으며 밤이면 내게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왠지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당신과 같은 열쇠를 사용하면 닫힌 열쇠 구멍 속에 우리만의 천국을 이루고 지쳐버린 하루의 끝엔 둥근 당신의 팔 베고 그대 숨소리 들으며 잠들고 싶었습니다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하나를 둘로 나누는 것보다 어렵고 두 외길이 한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통과 아픔이 따름을 알면서도 내 이 길을 선택함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고현혜 시인 / 중간지점 아이 -The Halfway Child
내 이름은 헤이리 H.A.L.E.Y 그러나 전 제 이름을 중간지점이라 부르죠.
한때 사랑을 해서 저를 낳은 엄마, 아빠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헤어져 살죠.
엄마, 아빠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반으로 나누었지만
살아 있는 저를 자를 수 없어 시간으로 저를 나누었어요.
이만큼은 네 시간 이만큼은 내 시간 그래서 그들은 일주에 한 번씩 그들이 사는 거리의 중간지점인 한 가스 스테이션에 저를 주거나 받거나 하지요 그리고 가스를 넣고 씁쓸히 웃으면서 헤어지죠. 바이 바이 그때 그들은 헤어지기 싫은 연인 같습니다.
나를 태운 아빠 차 가스 스테이션을 미끄러져 나오는데 아직 떠나지 못하고 머믓거리는 엄마의 차가 보입니다. 무엇을 찾는 듯하면서 눈물을 닦는 엄마의 손도... 갑자기 멀쩡하던 내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제 친구 샐리가 그랬습니다 "헤이리, 넌 좋겠다. 집도 둘, 엄마도 아빠도 똑같은 장난감도 둘" 나보다 한 살 어린 샐리는 아직 모릅니다. 정말 소중한 건 하나, 하나면 되는 것을...
아빠 차가 프리웨이에 들어서면서 전 제가 꼭 껴안고 자야하는 곰 인형을 엄마 집에 두고 온 것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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