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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채종국시인 / 간절기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

채종국 시인 / 간절기

 

헨델의 아리아를 듣는 아침

 

봄눈처럼 어색한 말을 하는 아침

 

마스크를 벗고

가지에 싹 튼 권태를 읽는다

 

권태라는 것은 봄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의 또 다른 텍스트

 

나른한 온기에 꼬리를 감춘 고양이처럼

 

담장 너머 숨어버린

검은 모습의 겨울 애상을 찾는다

 

네모 난 새의 울음 눈 속에 갇히고

허공에 걸려있는 부음 같은 햇살 몇 줄

 

저를 구원하라며 봄을 기다리는

가녀린 나무의 간절한 손처럼

봄은 곧 부르짖는 자의 응답이라 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겨울 아침

시퍼런 하늘은 그러한 간절도 모르는 채

나무의 마른 기도를 태우는 중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2월호 발표​

 


 

채종국시인

1970년 광주에서 출생. 2019년《시와 경계》를 통해 등단. 2016년 신라문학대상 수상(시조).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전남지역작가 회원, 대중서사연대 회원,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