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국 시인 / 간절기
헨델의 아리아를 듣는 아침
봄눈처럼 어색한 말을 하는 아침
마스크를 벗고 가지에 싹 튼 권태를 읽는다
권태라는 것은 봄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의 또 다른 텍스트
나른한 온기에 꼬리를 감춘 고양이처럼
담장 너머 숨어버린 검은 모습의 겨울 애상을 찾는다
네모 난 새의 울음 눈 속에 갇히고 허공에 걸려있는 부음 같은 햇살 몇 줄
저를 구원하라며 봄을 기다리는 가녀린 나무의 간절한 손처럼 봄은 곧 부르짖는 자의 응답이라 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겨울 아침 시퍼런 하늘은 그러한 간절도 모르는 채 나무의 마른 기도를 태우는 중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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