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인 /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
언어에는 미분된 현재가 묘파 되어 있다 달아나는 시간의 꼬리를 붙잡고도 나는 과거의 습관을 따랐다 발성을 거부한 침묵이 내면의 망각을 조장하고 그것들이 사소한 슬픔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는 발랄의 형식으로 언어를 축약한다 표정 속에 박혀있는 언어의 잔해들은 드러난 비밀 예감하지 못한 의심은 어디서 확신을 잃을까 입술은 오랫동안 신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도달하지 않은 실체에 앞서 변설되는 문장들 내가 세상을 향해 으르렁거려도 그림자보다 더 무거운 근심은 뒷짐 지고 있는 묵언을 겨냥했다 사유가 시작되는 처음 소절은 전심을 다하는 태도를 취했으나 입 밖으로 사라진 말에는 마음 두지도 집중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생각의 방식에는 끝말잇기가 변수 바스락거리는 기억을 다독이면 모든 소문이 궁금했다 뱉어낼수록 더욱 깊어지는 침묵의 성소 삶의 촉수인 입은 반복되는 환청에도 쉽게 고립되지 않는다
반년간 『상상인』2023년 1월 상반기호(통권5호)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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