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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옥관 시인 / 수국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3.

장옥관 시인 / 수국

 

 

 그를 찾으러 꽃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주와 보라와 하양 그리고 둥긂, 물방울이나 무지개 그 속에 갇혀 나 한나절 헤매고 다녔으니 유혹하는 헛꽃처럼 냄새만 흩어놓고 그는 사라졌고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아비 어미의 어처구니를 감싸며 저무는 노을은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번지며 한사코 자신을 숨겼다 그는 내가 찾아다니는 것보다 숨는 속도가 늘 빨랐으며 그 작은 나비들이 뭉쳐 빚어놓은 허망한 빛 숭어리, 이윽고 한숨처럼 연기처럼 흩어져 날아가는 나비 동작 속에 우리는 지워지고 망연한 눈길 속에 꺼졌다 사라진 어제가 있었다고 언제나 믿고 싶었다

 

반년간 『상상인』2023년 1월 상반기호(통권 제5호) 발표

 

 


 

장옥관 시인

1955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황금 연못』 『바퀴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등이 있음. 2004년 제15회 김달진문학상과 2007 제3회 일연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계명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정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