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 시인 / 수국
그를 찾으러 꽃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주와 보라와 하양 그리고 둥긂, 물방울이나 무지개 그 속에 갇혀 나 한나절 헤매고 다녔으니 유혹하는 헛꽃처럼 냄새만 흩어놓고 그는 사라졌고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아비 어미의 어처구니를 감싸며 저무는 노을은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번지며 한사코 자신을 숨겼다 그는 내가 찾아다니는 것보다 숨는 속도가 늘 빨랐으며 그 작은 나비들이 뭉쳐 빚어놓은 허망한 빛 숭어리, 이윽고 한숨처럼 연기처럼 흩어져 날아가는 나비 동작 속에 우리는 지워지고 망연한 눈길 속에 꺼졌다 사라진 어제가 있었다고 언제나 믿고 싶었다
반년간 『상상인』2023년 1월 상반기호(통권 제5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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