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자 시인 / 잡초를 뽑으며
잡초를 뽑노라면 하느님은 높으신 하늘보다 낮고 낮은 땅 아래 더 오래 머무시는 것 같애 사람이 씨 뿌리지 않고 물 주어 가꾸지 않아도 무성히 우거지는 뽑아도 뽑아도 돋아나는 잡초 땅 아래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신비 창조의 신화 잡초는 하느님이 지으시는 농사 교황께서 몸을 굽혀 낮은 땅에 입 맞추시는 까닭을 너무 잘 알 것 같애 잡초를 뽑노라면
허영자 시인 / 길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허영자 시인 / 투명에 대하여 1 -숨어있는 투명
때로는 풀잎에 맺히는 새벽이슬
때로는 잎새에서 굴러떨어지는 물방울
외로이 몇 억 광년을 날아온 저 별빛
초록에서 진초록, 진초록에서 유록 그 사이의 시간
히말라야 상상봉의 만년설에 숨어있는 메아리
검은색이 결단코 물들이지 못하는 순수
비손이하는 마음의 간절하고 정직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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