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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수희 시인 / 손을 잡는다는 것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4.

홍수희 시인 / 손을 잡는다는 것

 

 

체온이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따뜻할 때가 있네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너의 아픔 너의 외로움 너의 간절한 소망까지도

다 내게로 전해져 와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나의 아픔 나의 고단함 나의 간절한 바람까지도

다 네게로 전해져 가

부디 말이 필요 없겠네

부디 설명이 필요 없겠네

마주 잡은 손 하나로

너의 생이 나의 고단한 생을 감싸주고

나의 생이 너의 외로운 생을 감싸주고

손 하나 잡았을 뿐인데

시린 손과 손을 마주 잡았을 뿐인데

 

 


 

 

홍수희 시인 / 어머니의 손

 

 

이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신다

미음 그릇 들고 옆에 앉은 딸을 보며

짓무른 눈가에

가물가물한 눈으로 미소 짓는다

뼈만 앙상한 손을 들어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려는 듯

허우적인다

어머니의 손이

눈물인 줄을

늦게서야

안다

 

참,

우리는

늦게서야

알게 된다

 

 


 

 

홍수희 시인 / 별

 

​하늘을 올려다보기 전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대의 좋은 점을 찾기 전에는

그대의 단점만 보였습니다

세상 보이는 것이

마음먹기 달려 있었습니다

그대의 착한 점만 보일 때까지

당신의 별지기가 되겠습니다

 

 


 

홍수희 시인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 이육사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 부산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