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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호석 시인 / 마이산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7.

허호석 시인 / 마이산

 

 

마이산아, 夫婦산아

하늘에 오르지 못한 애절한 사연

天地塔에 가슴가슴 괴었는가

天上天下 못다한 사랑의 영원한 化身이여!

 

용담호 天地를 치솟는 龍馬의 기상은

山中에 靈山이라 조선 개국의

胎夢을 품었으니 신비로다

 

생명의 石間水는 갈한 영혼의 목축이라니

청정수맥의 금강, 선진강을 거느렸다

 

온갖 시름 정갈하게 돌탑을 쌓아

한 개 두 개 올려놓은 저들의 소망을 받드는가

 

구구구 산비둘기 탑사 층계를 오른다

아! 하늘문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을.

 

 


 

 

허호석 시인 / 가을나무

 

 

가을이깊어갈수록

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어갈수록

나무들은 시를 쓴다

 

지웠다하면서 빈 나뭇가지에

어찌쓸쓸한 하늘을 걸어놓는가

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

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

 

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

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

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

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

 

 


 

 

허호석 시인 / 12월

 

 

언뜻, 또 하나 간다

세월의 가지 끝에 남아있는 잎새

29. 30. 31 헤아릴 겨를도 없이

공과금 쪽지처럼 어김없이 계산은 끝난다

 

세월은 12월 말 출구에서

나이테 통행증을 교부하며

가는 게 누구인데, 세월을 탓하지마라 한다

 

모든 것들이 가는 줄도 모르게 멀어져 간다

만남은 이별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다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옷깃에 묻은 얼룩은 무엇이던가

지울까 말까 한 번쯤 뒤돌아보는

아직 이별이 삭지 않은 나는 강물이어라

 

여보야 우리 딱 좋은 만남인 것을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음이니

동행하는 구불길인들 어디라도 외로울까

 

 


 

허호석(許琥錫) 시인

1937년 전북 진안 출생. 서울문리사범대를 졸업.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1977년 『아동문예』에와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 동시집  <하얀비> <산울림> <바람의 발자국> <불꽃놀이> <풀꽃목걸이> 시집 <햇살의 첫 동네> <청소년 시선집> <산벚꽃>. 국민훈장(석류장) 수훈, 문교부장관상, 한국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전북문화상, 전북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국제 Pen 클럽회원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진안예총 명예회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