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호석 시인 / 마이산
마이산아, 夫婦산아 하늘에 오르지 못한 애절한 사연 天地塔에 가슴가슴 괴었는가 天上天下 못다한 사랑의 영원한 化身이여!
용담호 天地를 치솟는 龍馬의 기상은 山中에 靈山이라 조선 개국의 胎夢을 품었으니 신비로다
생명의 石間水는 갈한 영혼의 목축이라니 청정수맥의 금강, 선진강을 거느렸다
온갖 시름 정갈하게 돌탑을 쌓아 한 개 두 개 올려놓은 저들의 소망을 받드는가
구구구 산비둘기 탑사 층계를 오른다 아! 하늘문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을.
허호석 시인 / 가을나무
가을이깊어갈수록 나무들은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어갈수록 나무들은 시를 쓴다
지웠다하면서 빈 나뭇가지에 어찌쓸쓸한 하늘을 걸어놓는가 잊었다 하면서 주소도 없는 허공에 어찌 옛생각이 물든 시를 띄우는가
모두가 더나간 빈 뜰에 수북수북 쌓아놓는 쓸쓸한 시 보내고 남는 마음 어쩌라고 억새꽃 산모퉁이에 빈 하늘을 걸어 놓는가
허호석 시인 / 12월
언뜻, 또 하나 간다 세월의 가지 끝에 남아있는 잎새 29. 30. 31 헤아릴 겨를도 없이 공과금 쪽지처럼 어김없이 계산은 끝난다
세월은 12월 말 출구에서 나이테 통행증을 교부하며 가는 게 누구인데, 세월을 탓하지마라 한다
모든 것들이 가는 줄도 모르게 멀어져 간다 만남은 이별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다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옷깃에 묻은 얼룩은 무엇이던가 지울까 말까 한 번쯤 뒤돌아보는 아직 이별이 삭지 않은 나는 강물이어라
여보야 우리 딱 좋은 만남인 것을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음이니 동행하는 구불길인들 어디라도 외로울까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윤순 시인 / 통속적인 달 외 1편 (0) | 2023.04.27 |
---|---|
김현숙 시인(동시) / 특별한 숙제 외 2편 (0) | 2023.04.27 |
천양희 시인 / 생의 한가운데 (0) | 2023.04.27 |
안주철 시인 / 노인이 되는 방법 외 2편 (0) | 2023.04.27 |
김경수 시인(장수) / 심연(深淵) 외 1편 (0) | 2023.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