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 시인 / 귀류(鬼柳)
밤비 내리는데 머리카락 같은 비 휘날리는데, 휘감기는데 鬼柳, 鬼柳, 비 맞는 귀신버들 기름한 잎잎이, 기름한 눈을 뜨는데 물 위에다 빗방울은 자꾸 못 보던 입술들을 피워 내는데, 뜰채로 뜰 수도 없는 입술들을 피워내는데, 모르는 이름들이 실뱀처럼 내 귓속으로 흘러드는데, 밤비 내리는데, 비 맞는 귀신버들 잎잎이 살을 떠는 가지에 앉아, 너는 내게 자꾸 돌멩이를 먹이는데,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김언희 시인 / 이모들은 다
이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내들은 입이 보지란다 얘 얼굴에 달려 있는 저게 보지야 깔깔대던 이모들은 다.......
사과에 달린 돼지 꼬리 배배 꼬인 나사 자지 창틀에 올라앉아 함께 부르던 노래들은 다.......
얘 얘, 저기 저 삼센티 오신 나뽈레옹 오셔! 아저씨들의 기럭지를 한눈에 알아맞히던 이모들은
이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 부는 날 빼도 박도 못하는 말벌의 거시기를 오락기 레버처럼 쥐고 흔들던 으아리들은
언니 보지 코 고는 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어! 니 보지 가래 끓는 소린 어떻고! 아침부터 왁자하던 큰꽃으아리들은
김언희 시인 / 나는 참아주었네
아침에 맡는 입 냄새를, 뜻밖의 감촉을 참아주었네, 페미니즘을 참아주고, 휴머니즘을 참아주고, 불가분의 관계를 참아주었네, 나는 참아주었네 오늘의 좋은 시를, 죽을 필요도 살 필요도 없는 오늘을, 참아주었네, 미리 써 놓은 십년치의 일기를, 미리 써놓은 백년치의 가계부를, 참아주었네 한밤중의 수수료 인상을, 대낮의 심야 할증을 참아주 었네 나는, 금요일 철야기도 삼십년을, 금요일 철야 섹스 삼십년을, 주인 없는 개처럼 참아주었네, 뒷거래도 밑 거래도 신문지를 깔고 덮고 참아주었네, 오로지 썩는 것이 전부인 생을, 내 고기 썩는 냄새를, 나는 참아주었네, 녹슨 철근에 엉겨 붙은 시멘트 덩어리를, 이 모양 이 꼴을 참아주었네, 노상 방뇨를 참아주었네, 면상 방뇨를 참아주었네, 참는 나를 참아주었네, 늘 새로운 거짓말로 시작되는 새로운 아침을, 봄바람에 갈라터지는 늙은 말 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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