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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상옥 시인 / 미켈란젤로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7.

이상옥 시인 / 미켈란젤로

 

 

 당신은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당신은 정말 위대한 예술가에요

 

 아니에요 신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을 배달하는 심마니와 다를 바 없어요 숨어 있는 산삼을 찾아서 잔뿌리 하나도 다치지 않게 정성껏 파내듯이,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조각상을 정이나 쇠망치로 손상 없이 꺼내주었을 뿐이에요

 

 나도 택배꾼일 뿐이에요

 

 


 

 

이상옥 시인 / 제물祭物

 

 

 나는 생각한다 침대는 제단이고 나는 제물이라고

 

 하루 온갖 오물로 탁한 의식 밤새 말갛게 가라앉아 맑디맑은 신새벽에 나는 가장 정결한 영혼 하늘에 바쳐져도 좋을

 

 


 

 

이상옥 시인 / 나무

 

 

나무 아래 누워

이파리들을 본다

 

푸르고 무성하게만 보이던 잎들

하나하나 온전한 게 없다

 

작은 구멍이며

바래지고 오그라든 면면

 

무심히 보면 온전한 것 같아도

상처투성이 몸

 

그래도

잠잠하다

 

 


 

 

이상옥 시인 / 별

 

 

어머니

아직 주무시지 못하신다

 

아직 세상살이 서툰

아들 빤히 지켜보신다

 

 


 

 

이상옥 시인 / 오빠였던 나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녔던,

비범한 화가

박수근은 향년 51세

 

벌써 54세의

평범한 시인은

 

비범했지만 평범했던

향년 51세 이영옥의

오빠였다

 

-시집 <그리운 외뿔> 2011 문학세계사

 

 


 

이상옥 시인

1957년 경남 고성군 출생.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8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유리그릇』, 등과 기타 저서 『시창작입문』 외 다수 있음.상 시문학상, 유심작품상, 경남문학상, 산해원문화상 등을 수상.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중국정주경공업대 교수 역임. 현재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계간 『디카시』 발행인, 창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