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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미전 시인 / 하현달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16.

윤미전 시인 / 하현달

 

 

재잘거리던 어린 별들도

고요히 돌아누워 잠이 들고

무리에서 떨어져 지친 날개 퍼덕이던

기러기 한 쌍 어둠은 어디에 두었는지

까칠한 눈빛의 그녀가 내려 보며 기웃거렸네

삼삼오오 걷고 있던 가로등, 제 불빛을

작은 공마냥 서로의 발 아래 던져주며

갓 버무려내는 이야기들

멀찌감치 물러나 홀린 듯 듣고 있었네

어제의 나 많이 닮은 듯한

출렁이는 저 등불

어느 새 두어 걸음 따라 나서고 있었네

불꽃 켜 든 저들, 표주박 같은 그녀를

어디로 느릿느릿 데려가고 있는가

바람도 잠든 그 곳으로 밤새

오르내리며 자주 귀 걸어두던

그녀 오동통한 볼살이 쑤욱 빠져버렸네

제몸 절반 비워버리고도

다시 채울 무엇이 있길래 저토록 담담한 표정일까

가끔 내 마음도

나를 쓰윽쓰윽 지워 버리고

새살 돋게 하고 싶을 때 있을 것이네

 

 


 

 

윤미전 시인 / 그 무렵, 雪夜

 

 

안 보다 더 환한 밖

내뿜는 입김으로 휘청! 가벼운

팝콘처럼 튕겨져 내리다 나풀거리며

몰려들어 움푹 패인 발자국들의

알리바이를 바삐 지우고 있다

한순간 길을 잃었나

강강수월래 돌 듯 빙글빙글 도는

저 꽃의 무리, 어지러워라

키가 한 뼘씩 웃자란 나무들에게

흰옷 한 벌 지어 입히는

그 손길만이 부산할 뿐이다

백목련 한 그루 거느린 내 마음을

사그락! 사그락! 수없이 두드리는

몰스부호 같은 그의 교신, 잎이 되고

꽃이 되어 눈부시게 피어난다

어디를 가려고 저 무수한 눈발들은

이 경유지를 택했을까

마음 밖으로 터져 나오려 발돋움하는

목련꽃 봉오리 더디 오는 봄을

어찌하려고

 

 


 

 

윤미전 시인 / 너를 보낸다

- 병술년(丙戌年)을 보내며

 

 

어디로 가는 것인지

뒤돌아 볼 새 없이 소나기 지나가듯

또 한해가 돌아앉을 때

발등 적시며 달려온 어제가

잊을 건 빨리 잊으라며 싱긋 미소 짓는다

팽팽한 보름달이

부풀어오른 제몸 어쩌지 못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것처럼

삼백 예순 닷샛날 키워왔듯이 한해가

새옷 갈아입는 다른 한해에게

악수 청하며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등잔불이 온 힘 다해 마지막 불꽃

밀어올리며 장엄한 최후를 맞고 있다

자, 이제 떠나자

적멸을 지나 새벽이 천지사방 뻗어올 저곳으로

자, 이제 작별하자

지친 마음들 토닥이며

환하게 손 내미는 저곳으로

한 세월 휘돌아 문득 마주치면 색 바랜 사진처럼

서로 기억할 수 있을까

 

병술년, 너를 보낸다

 

 


 

 

윤미전 시인 / 새해 아침을 노래하다

 

 

보라,

새해 첫 아침을 순산하며

흐뭇한 미소로 등 두드리는 산허리 기댄 채

출렁이며 숨 고르고 있는

저 바다의 상기된 표정

 

새로이 열린 하늘이

햇살다발 펑펑 터뜨리며

천지사방으로 흩뿌려지고

한 살 나이 더한 새들도 무슨 생각에선지

날갯짓 하며 치솟는다

 

어둠 쓸어낸 새해 첫 햇살이

복덩이 같은 어린 것들 품고 있는

어미돼지 토실토실한 등가죽에

한 벌 온기를 덮어준다

 

숨 가쁘게 줄달음쳐 온 산맥들 일으켜 세워

삼백 예순 닷샛날 다시 행진하며

힘찬 발걸음들 모아보자

 

먼저 온 희망이 어서 오라 손짓하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윤미전 시인

1962년, 경북 칠곡 출생. 본명: 윤혜숙. 대구한의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대구대 대학원 졸업. 대한신문 신춘 문예 시 당선. 「계룡 문학상」시 당선. 제5회「적벽강여울소리 시인상」수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칠곡군협의회 의장. 대구시인학교 회장. <낭만시> 동인. 시사랑사람들 동인시인. 현) 대구 한의대 국문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