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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정옥 시인 / 돋보기안경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4.

유정옥 시인 / 돋보기안경

 

 

남편은 늘 이렇게 말했다.

몸을 떠나서는 마음은 없는 것이라고

길을 나설 때나 잠이 들 때나

남편은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어느 날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남편은 또 이렇게 말했다.

검정색은 쓰지 말라고

검정은 안 보이는 색이니 위험하다는 것이다

 

당신은,

 

혹 손에 든 돋보기안경을 잃으셨는지.

 

 


 

 

유정옥 시인 / 내가 만든 시간은 부드럽다

 

 

3-1.

시는 재능이 아니다. 시는 장식이 아니다. 시는 슬픔이다. 아픈 사람 그 사람이 시인이다. 선생님은 늘 그렇게 말씀하 신다. 구부러진 곡면을 본 사람이 시를 쓴다. 그 사람의 시를 보면 눈물이 난다. 구부러진 것을 보면 슬프기 때문이 다. 나는 원래대로 내 자신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체면을 생각하고 시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악한 일인가.

 

4.

내 마음을 비추는 햇빛 두 개가 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첫째요, 꽁꽁 비끄러맸던 욕망인데도 어느 순간 느 긋하게 풀어지는 여분으로 기울어지니 그 둘째다. 내 몸을 쉬게 만드는 힘도 그 둘이었다. 충분히 쉬고 난 다음 나는 시를 쓴다. 뒤틀리지 않는 소박한 시. 나는 결핍도 과장도 없는 소박한 시를 쓰고 싶다.

 

 


 

유정옥 시인

1963년 전북 익산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따뜻한 자리』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