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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두예 시인 / 드라이플라워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4.

이두예 시인 / 드라이플라워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 수명이 75세라고 한다

 

 이쯤 되면

 여인의 향기 사라졌다고들 정말로 믿겠지요

 나를 데려가는 이여

 나 아직 십이 년이나 남았습니까

 나 이제 십이 년밖에 남지 않았습니까

 

 장수의 비결들

 소식하기, 걷기, 맑은 물, 맑은 공기…

 나는 무엇을 할까

 나도 소식하기, 걷기

 메뚜기 뒷다리 볶아 먹어보기, 일본국 지바시 지바현 火の見下 海草에 살던 첫사랑 데이도우베氏에게 살아있느냐고 편지 쓰기, 생일케익에 얼굴 파묻고 아이들이랑 깔깔 웃기, 비 내리는 둔치에서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카섹스 해보기, 젖은 알몸에 진주목걸이 걸어보기

 

 믿어보기

 딱 한번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

 

 그 하늘, 그 강, 그 느티, 그 가로등 아래,풀 먹인 레이스 식탁보, 손안에 착 감기는 나무숟가락의 감촉

 

 그 동안에

 부지런히 기억해두어야 합니까

 한 가지 한 가지씩 잊기로 해야 합니까

 

 벽에 걸린 드라이플라워

 

-시집 『외면하는 여자와 눈을 맞추다』 중에서

 

 


 

이두예 시인

부산 출생. 2008년 <창조문학>으로 등단. 시집 《늪》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외면하는 여자와 눈을 맞추다』 『언젠가 목요일』 『스틸 컷』이 있음. 현재 부산시인협회, 부산문학동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