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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오 시인 / 박스와 골목
골목의 부피가 늘었다 박스가 지나갔다 오랫동안 깊은 부피로 견뎌온 박스 모서리 위에 모서리를 세우고 저녁 햇살 속에 골목이 서성거린다
박스가 비거나 찬 거는 박스의 문제가 아닐 거야 그때 사방이 어두워졌다.
박스 안에 장미 넝쿨들이 바깥을 기웃거리고 꽃잎이 말라가는 대신 장미향기가 구석을 지키고 있다. 박스 밖은 일요일, 멀리 장마가 주말처럼 서있고 박스 너머에 전봇대와 외등 그리고 시소와 어린 뜀틀이 있었다.
박스는 항상 생각이 다르다. 나일론 끈으로 전봇대와 시소를 묶는다 주변이 박스 안으로 들어오고, 박스 곁으로 자리를 옮기는 뜀틀 박스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골목을 나서자 박스처럼 접힌 노인들을 태우고 리어카를 밀고 가는 박스, 드문드문 거리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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