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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시인 / 독야 청청
도랑물 졸졸졸
소리내며 흐르고
언덕 위 덩굴식물
가물어 메말라도
독야청청 탐하지도 않네
욕심내어 탐하는 것은
바로 나 뿐이더라
이진수 시인 / 늦지는 않았을까
늘 변화하는 푸르름에 반하여 설레이는 바다
하얀 뭉게 구름 붉게 물들 때면 마음은 두근두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표출 하는 하얀 포말의 처절함
매섭게 휘몰아 치는 바람에 여미는 저리고 여린가슴
파아란 눈으로 반겨 주면 황홀에 잠겨 수줍은 당신
잔잔한 미소로 다가 서면 진한 감동에 눈물 흘리는
인고의 시간 그 숱한 아픔 참고 기다려 준 당신은
내 삶의 전부인 하늘과 바다와 파도와 바람이었소
청결하고 순수하며 고귀한 그 사랑 늦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 가슴조리며 다가 서는 당신의 숨결
풀어 내지 못하는 순정은 당신의 아픔마저 사랑합니다.
이진수 시인 / 관용
새싹 파랗게 돋아나면 내 마음에 꽃피는 봄 오리라 기대하고
애써 견디며 참아 왔는데 겨울은 아직 떠나지 않고 미련떨며
여린 꽃잎 떨구며 흩날리는데 강남갔던 제비는 오지않네
광복100주년 대마도 우리땅이다 찿아라 하신 할아버지 유언
푸른 물결 변함없이 출렁이건만 반 평생 한숨만 내쉬는 청춘
무궁화꽃 피고지며 피흘린 역사 잊혀지는 선열의 애국 애족
핵폭탄 논쟁속에 분열된 조국아 빼앗긴 땅은 언제 찿으랴
패전에 자식들아 위안부 할머니 가시기 전에 백배 사죄하고
독도 침략 멈추고 대마도는 반환 하고 민족 앞에 용서 빌면
독립투사 선열들의 애끓는 원한 관용을 베풀며 용서하리라.
이진수 시인 / 바램이 있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친구들을 두고 화장터로 가던 길
흐르는 눈물에 울음 삼키며 걸어 갔던 그날 이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픈 고난에 좌절된 꿈을 바라보며
어머니와 마지막 작별하며 소리내어 울어 본적 있었던가.
중동의 뜨거운 모래사막 나라를 위했던 역군의 용사
국가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죽음으로 몰고가는 불경기
서민 중상층 부도 위기에 처해 곡소리 없는 울음을 낸다
이게 사랑하는 나의 조국인가 이게 나라라면 떠나고 싶다
이게 정치라한다면 조선 왕조 오백년 당파싸움 역사 터
푸른 지붕 위에 정은아 핵 미사일 실험한번 하려므나
인권탄합 공포정치 세습하여 이은 권력 미워하지 않을께.
이진수 시인 / 파행
그때 나는 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중간에 교통사고 소식만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양 5일장 어물전 한 귀퉁이 꽃게 파는 아주머니의 다라이에서는 게들이 물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저만치 평화기물상사 앞에서 나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사내 하나 보였다 사내는 바퀴 달린 널빤지 위에 뽕짝이 흘러나오는 녹음기와 집게발만 남은 몸을 얹은 채 파행파행 오고 있었다 평화기물상사에서 가고파키센터 영화식당을 거쳐 어물전까지 오는 동안 사내는 내가 만나려던 모습에서 십 년 더 나이든 얼굴이 되어 갔다 이게 얼마만이냐 사고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 이럴 줄은 덤프트럭에 깔려 두 다리 잘랐다 그나저나 손 한 번 잡아보자 녀석은 손에 끼고 있던 반코팅 장갑을 벗으려 했다 엊물전 꽃게 비린내가 확 풍겼다 아냐 안 벗어도 돼 녀석의 불편보다 비린내를 묻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 기는 모습이 껄쩍지근하냐 내 딴엔 카누 선수 노 젓는다 생각한다 아냐아냐 그래야지 그럼 포기하지 말아야지 막걸리나 한 잔 하자 영화식당에 들어가 생각보다 가벼운 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부인은 잘 있냐 병원 생활할 때 사고보상금 챙겨 갖고 날라버렸다 얘들은 어머니가 키우시지 둘이 막걸리 네 주전자를 비웠을 때는 날이 이미 저물어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녀석은 자신의 카누를 타고 곧장 노 저어 가는데 나는 똑바로 걷지 못하고 자꾸만 비척거렸다 그로부터 일 년, 녀석은 가끔씩 전화를 하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시와정신 2004년 여름호
이진수 시인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깜정 고무신 한 걸음 뗄 때 암청색 바다는 친구랑 웃고 있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암청색 바다는 나랑 웃고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 끝나는 날 암청색 바다는 홀로 춤주고 있을 것입니다.
이진수 시인 / 휴가오는 아들
하얀 구름 속 찢어진 햇살 눈 꼬리만한 웃음으로
내 그리운 그대 온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맨발로 냅다 달려 안길까 두팔 벌려 반길까
기다림에 하얗게 새운 밤 바다도 하늘도 그러합니다
이진수 시인 / 외면하는 비겁함
초 저녁별 어딜 가고
가성의 불빛 하나 둘
뻔뻔하게 반짝 반짝
어제 놀던 친구는 사라져
쓰러진 잔병들의 노여움에
침묵하는 노폐물
노안에 초승달이 달무리진
보름달 별빛 아래 짓눌려
푸른 바다 속에 침묵하는
내 낡은 날의 초저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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