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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삼현 시인 / 바빠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5. 8. 28.

윤삼현 시인 / 바빠

 

 

-아빠, 바빠?

응, 오늘 낼 연속 야근이거든

 

-아빠, 또 바빠?

응,회사 동료들이랑 족구시합 있는 날이거든

 

-아빠, 오늘 또 바빠?

참, 너 하고 찍찍이 공 받기로 했지?

어떡하나? 갑자기 출장이 생겼거든

 

-치잇, 아빠야, 바빠야?

 

 


 

 

윤삼현 시인 / 잃어버린 말

 

 

한동안 잃어버린 말

가을 숲에서 되찾았어

낱말 카드처럼 오종종

단풍 나무에 매달려 있더라고

 

완전 예쁨

완전 감동

완전 물듦

 

언제부턴가 놓친 말

가을 호수에서 되찾았어

파란 가슴 볼록이며

수면 위에 떠있더라고

 

완전 투명

완전 고요

완전 맑음.

 

-<동화향기, 동시향기> 2024 가을호

 

 


 

 

윤삼현 시인 / 겨울새.26

 

 

하늘을 나는

새를 봐

 

질서 공부

끝!

 

 


 

 

윤삼현 시인 / 겨울새.04

 

 

지도 한 장 없이 떠나도

걱정 없어요

 

조그만 눈이라도

세상길이 훤해요

 

해를 품고 날으니까

달을 안고 날으니까

 

 


 

 

윤삼현 시인 / 겨울새.51

 

 

하늘이랑 호수랑

늘 가까이 지내는

이유가 있더라

 

호수가 심심하다 싶으면

하늘이 새들을 날려 보내고

 

하늘이 쓸쓸하다 싶을 땐

호수가 날려 보내고

 

 


 

 

윤삼현 시인 / 제기풀*

 

 

고향길 길섶에

넘치어 핀 제기풀

 

네 풀내가 좋아

넉넉한 잎사귀가 좋아

 

한 다발 엮어

양발로 차다가

 

톡 차올려

입에 물어도 보고

머리에 얹어도 보고

 

가슴에 꼭

품어도 보고.

 

*제기풀은 질경이를 말한다.

 

 


 

 

윤삼현 시인 / 일기예보

 

 

내일 중서부 지방은 눈이나 비가 내리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눈과 진눈깨비가 얼어붙으면서

미끄러운 출근길이 예상됩니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강원산간과 동해안 지방은

많은 눈이 내려

무릎이 풍풍 빠질 정도의 적설량을 보이겠습니다

 

남부지방 역시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한 두 차례 눈이 내리겠숩니다

이러한 꽃샘추위는

모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입니다

 

여기까지였다

끝내 북한은 눈도 오지 않았고 비도 오지 않았다

맑음도 흐림도 강추위도 풀림도 없었다

지도의 절반은 텅 비어 있었다.

 

 


 

윤삼현 시인

1953년 전남 해남군 출생. (아동문학가)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8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뻥튀기'로 당선.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198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198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당선, 시집 <유채꽃 풍경> <겨울새>, 동화집 <눈사람과 사형수> 등. 순천대학교 겸임교수. 녹조근정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