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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백 시인 / 마하수리
자물쇠 어둠 속 세상을 여는 열쇠 끝이 부러졌다
잠겨버린 세상 손목에 귀를 댄다
푸른 맥박 사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회청색 작업복 한쪽 다리를 끌고 굽은 소나무처럼 들어가는 수리공 용접 불꽃 튀는 새벽하늘 날개가 금속으로 빛난다 벌겋게 단 쇠와 새를 이어 붙이자 부러진 열쇠는 철새 되어 날아간다
자유에 묶인 자유가 풀어나고 희망에 사로잡힌 희망이 사라진다 새벽 열쇠 구멍을 빠져나와 온몸에 솔꽃가루 뒤집어쓰고
목에 두른 흰 수건이 아침 햇살 날개처럼 돋아난다.
김상백 시인 / 빗속을 열다
천형天刑 같은 병病이다 천수天水 빗속 똥 못 누고 쩔쩔 매는
장대비 낮짝에 물컵 쏟아 붓는다
천수관음 천개 손도 한 손에는 한 가지 일
어지러운 빗줄기 제자리에 떨어진다
김상백 시인 / 예후豫後 -김점용 시인을 기리며
수천 마리 떼까마귀가 전깃줄에 앉았다
세상이 정전되었다
촛불을 켜고 기도했지만
수술대 위로 오염된 눈이 내렸다
모빌에 부는 바람처럼 죽음이 다가서도
수인手印은 풀지 않았다
한 알의 시간조차 모두 빠져나간 모래시계
심장 한가운데 오로라를 품고
나머지 겨울은 흑주黑晝*로 보냈다
*겨울 석 달간 계속되는 밤의 아침
김상백 시인 / 정원사 새
베스트 오브 베스트 네 평생 물어 나른 것
큐브 30
유리 조각 풍뎅이 껍질 녹슨 못 단추알 옷핀 조개껍데기 플라스틱 병뚜껑 철사줄 노랑풍선
빨간 열매의 사랑 파란색 빨대처럼 빨래집게 그리고
깨진 시간 그 그릇에 깃털 꽂은
김상백 시인 / 입전수수入廛垂手
무당벌레 한마리
기어코 꼭대기에
비로자나 정수리
날개 활짝 펴고서
화엄전 중문 거쳐
숲속으로 날아간다
-시집 <한 줄로 된 깨갈음>에서
김상백 시인 / 잿더미 속에서
칼 가는 마른장작
장작개비에 찔려
죽은놈이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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