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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시인(속초) / 체 게바라, 그리고 리어카
체 게바라가 리어카를 끌고 간다 폐지를 가득 담은 리어카는 지열 70도의 아스팔트를 힘겹게 기어간다 폐지의 산은 체 게바라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폐지의 산은 체 게바라를 밀지 못한다 당당한 표정조차 이젠 찌그러져 노인이 되어버린 체 게바라 땀과 땟국물에 절은 그도 이젠 힘겹다 그래도 기어이 끌려간다
가슴에 안은 체 게바라를 노인은 알고 있을까 땟국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에 대해서 혁명과 자유와 깃발에 대해서 또는 가난과 그 슬픔에 대해서 쿠바에 대해서
바람이 불자 폐지가 화들짝 일어선다 노인이 된 체 게바라의 발걸음 뒤로 흙먼지가 아우성 같은 함성을 지른다 혁명이 이랬을까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느 날 문득 떨어졌기 때문일까
-시집 <물고기 미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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