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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심지현 시인 / 단칸 영화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4.

심지현 시인 / 단칸 영화

 

 

 언니가 의자 위에 서서 물었다

 목을 맨다는 건

 어떤 걸까, 맑은 날

 

 언니의 다리는 구르지 않으면 죄어든다. 언니는 더 높은 것을 따르듯 몸을 일으킨다. 맑은 날에 죽을 거야, 새벽 마다 불안해하면서, 나는 영화 자막처럼 다리를 읽어간다. 어머니가 발견하고 내 옆에 앉는다, 아버지도 어머니의 옆에 앉는다. 우리 나란히 언니의 죽음을 지켜본다.

 

 맑은 날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처럼 다음엔 코미디를 보자고 약속했다. 언니는 홀로 후속을 준비했지만, 가족들은 약속을 했기에 언니를 내쫓았다. 나도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문을 잠갔다. 창문 밖의 언니는 데굴데굴 구르다가 마침내, 크고 기괴한 큐브처럼 머리를 구를 수 있게 되었다. 장르가 불분명해졌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언니의 다리가 오그라들 때 세 관객 중 누군가든 눈물까지 흘렸다.

 

 전작을 뛰어넘은 후속이었다며,

 값비싼 영화에 우린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심지현 시인

1990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2014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