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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형민 시인 / 신건영

by 파스칼바이런 2025. 9. 6.

박형민 시인 / 신건영

-시인에게

 

 

너의 어록을 영영 버려야 할 것 같다

 

기억에 불이 붙기 시작하던 때부터,

왼쪽을 잃어버린 눈 대신에

너는 반대쪽 눈마저 감았다

 

모든 것이 보인다던,

 

너는 병으로 병을 치유할 수 없다

버림받은 시와 악마와는 병치 관계다

 

모든 것은 우리가 갖지 못한 시야 밖으로 지나간다

 

너는 시를 쓴다는 떠돌이 개

포장마차에 앉아 술을 먹다 의자를 들어올렸다

지구를 들어 우주 밖으로 집어 던졌다

 

밤새 굴린 술잔 곡선 돌아온 어스름 길

지난 생에 두고 온 시야를 찾아 뒤적인 쓰레기통

 

마침내 닫은 눈은 뒤통수에 붙어 있다고 설교하던

관성적으로 뒤를 노리는 자를 생각하며 울던

 

너는 버릇처럼 뒤로 걷는 연습을 한다

우리는 그날부터 정면충돌할 수 없다

 

난, 아마도 너의 뒤편에서

삼월의 눈사람처럼 影, 影

계절에 목을 매고 버려져야 할 것 같다

 

 


 

박형민 시인

1994년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2017년 ≪시와 반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