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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승희 시인 / 피그말리온의 일기 -痛點 32
1 나는 한때 빵의 광신도였네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찬미하며 땀흘려 기도했네 원하는 쪽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궁시렁거리며,
2 배고픈 그믐밤, 나는 빵이 되지 않는 나를 버렸네 나는 무덤 속에 누웠네 달처럼 기우는 내 몸 안으로 지옥의 개들이 첨벙거리며 死者의 계곡을 건너는 소리가 들렸네 무언가 부시시 고개를 돌렸네 철없이 따버렸던 별들이 알을 밴 채 청동빛으로 죽어가고 있었네
3 무덤 속에서 나는 수의를 빨고 있네 간부처럼 낄낄거리며 흘러가는 거품, 거품, 거품들... 내 살갗에 보풀이 일어났네 보풀처럼 루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오네 '자, 먹어봐, 이건 정말이야, 달콤하다구' 내가 믿은 것은 정말 빵이었을까?
4 死者에게 빵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네 난 우울한 뼈마디를 세기 시작했네 아무래도 하나가 모자라네 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버렸던 나, 내 사랑 그 빈 뼈의 자리에 죽은 별들의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네 내 육신에 생기가 돌고 무덤 안이 조금 밝아졌네
5 등 굽은 바람이 내 무덤을 쪼개고 부패 직전의 내 눈을 씻어주었네 별의 애벌레들 날개 달고 하늘로 솟구치네 루시퍼, 루시퍼, 그대는 나를 깜깜하게 꺼버릴 순 없으리 내게 빵을 속삭이던 달콤한 목소리여, 보이는가 저 깜깜한 하늘에 빛나는 별들, 여, 전, 히! 이것이야말로 마법이네
6 오늘의 무덤은 내일의 요람, 나는 부활을 믿는 자, 골고다 언덕, 내 사랑의 부활을 기다리는 피그말리온
위승희 시인 / 과녁 -통점 61
허공에 길을 놓으며 태양의 과즙을 마시며 나는 새, 그 새가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상을 박차고 날아오른 새가 아름다움은 그가 生을 향하여 깊숙이 꽂히는 까닭이다
나는 너를 향하여 날아가는 화살, 네 심장에 꽂히고픈 한 마리 새
위승희 시인 / 그리움은 바다로 길을 낸다
빈방에서 나 홀로 그림자와 이야기하다 옛 친구들 그리우면 바다로 간다
냇가에 뛰어놀던 벌거숭이 웃음 물결따라 자맥질을 하고 있네 온종일 울어도 눈물 흘리지 않는 바람과 홀로 먹이를 찾는 갈매기는 이야기하네 '파도는 부서져도 멍들지 않고 멀리서 희망의 출발을 하고 있다고 거기 떨어진 별이 살아 숨쉬는 곳에 검정 고무신에 고래를 키우며 맨발로 웃고 선 어린 내가 섬이 되었네 정선이, 병호, 기순이가 햇미역처럼 누워 흔들리고 있네
정선아 병호야 기순아 모두 모두 안녕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바다로 갔네 나도 지금 이야기 따라 바다로 간다
위승희 시인 / 콜라 깡통 ─痛 點13
아침의 대기가 습기를 머금은 긴 혓바닥으로 나의 내면을 부드럽게 핥아주고 있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네 눈 비비는 나의 피로는 햇빛 속에 잠시 미아가 되었네
나 한 때 그럴듯한 이름을 가졌었네 빡빡한 밀도로 제어된 나의 몸 속 늘 목구멍까지 차 올라 숨, 쉬, 고, 싶, 었, 네 치 - 이 - 익 - ......
나의 내장이 모두 비었을 때 익명의 즐거움이 찾아왔네 깊은 내장의 공간만큼 울려나오는 해비메탈의 목소리는 근사했네 나는 거리를 뒹굴어 다녔네 후미진 시장 어귀에서 사과상자의 끈끈한 타액을 빨았네 내 몸 어딘가를노리는 적의로부터 나를 구길줄도 알았네 은밀한 냄새가 풍겼네 나의 목소리까지도
나의 변신은 그렌저 바퀴 아래서 절정에 이르렀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나의 과거, 변신은 완벽했네 지명수배 없는 완벽한 자유의 여행, 그러나 나는 황폐해지고 있었네 발길마다 먼지와 오물들이 입 안으로 들어와 내장에 암세포를 만들었네 먹구름이 몰려들었네
장대비가 쏟아졌네 어느 모텔의 불빛아래서 밤을 보내야 했네 너무 쉽게 천국의 계단을 오르려는 긁은 팔뚝의 사내와 어린 나부, 그러나 천국의 문턱에 이르지 못하고 계단 아래로 내리 쳐박히는부정형의 소리를 들었네 빗줄기는 소리의 입자들을 감싸쥔채 사정없이 나를 때렸네 마구 비명을 질러대었네 내 소리에 재 귀가 따가웠네 아무도 와주지 않았네 세상은 비를 타고 어둡게 가라앉았네
(천국은 어디란 말인가, 나는 무엇이던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 익명의 즐거움 따윈 차라리 절박한 고독이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천국은 없다......천국은......없......다)
나는 지금 오렌지빛 제복의 사내를 따라가네 그는 의사이거나혹은 神일지도 모르네 올려 들어 지네 내 몸이 빛을 따라 위로
위승희 시인 / 어느 이혼녀의 죽음 -痛 點27
그녀의 중심에는 은사시나무 숲이 있었다. 숲에선 밤마다 새들이 울었다. 새들의 눈물 흘러 검은 내를 이루고 부리를 쪼며 몸부림치던 새들, 젖은 깃털로는 날으지 못했다.
그녀의 옷은 늘 검었다.초록 옷을 입어도 검었다. 주홍빛 립스틱도 흰 이마도 추방되었다. 그 아득한 비밀, (붉은 뱀들이 뱀딸기의 등뒤에 또아리 틀고 긴 혀를 내밀면 바퀴벌레들이 사선(死線)을 넘어 비밀을 갉아먹었다. 비밀은 비밀이란 말조차 하지 않는 법!) 그녀의 비밀은 검은 옷일 뿐이였다.
그녀는 어느 길도 가지 않았다. 길이 우두커니 선 그녀를 데리고 갔다. 선택할 권리 없는 길, 개들이 흘레 붙는 길모퉁이에 검은 물이 흘러들었다.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살점을 떼어 검은 물을 덮었다.
그녀의 중심에선 밤마다 새들이 젖은 날개를 털기 시작했다. 그날, 붉은 뱀들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바퀴벌레들이 검은 물 속으로 기어들어 알몸으로 휘청이던 빛의 오후, 은사시나무숲이 요동칠 때 새들이 일제히 은빛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올랐다. 숲이 불타올랐다.
복개천 검은 물이 목소리를 지우며 흐르는 땅에 죽음은 맨발이였다. 어린 딸의 푸른 울음으로 뱀들이 붉은 껍질을 벗고 바퀴벌레들이 양치질을 했다. 시궁물이 비밀리에 복개천 쪽으로 흘렀다.
그녀는 뱀가죽 신발을 신고 길을 걸어갔다.
위승희 시인 / 한 송이 들꽃으로 -이카로스
1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엔 깊고 깊은 우물 하나 생기네 그 우물에 제 모습 비춰보다 빠진 달 천상의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 내 작은 손 위에 가만히 펼쳐 놓으면 솟구치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보이네
우주가 내게로 더 깊어지네 숨은 별들에게 보내는 풀벌레의 노래로 하늘다리 놓는 긴 꼬리별 나는 그 다리에 올라 이카로스를 부르네 '이카로스, 이카로스, 너무 높이 날지 말아요'
2 달의 몸을 허물며 새벽이 왔네 대지의 첫 이슬 터질 때 새벽별 하나 닦고 깊고 깊은 우물은 스스로 문을 열어 내를 이뤄 가네 태양이 비추는 냇물 위에 이카로스의 날개가 떠가고 있네 우주의 검은 눈물 몇 방울 묻어가네
불쌍한 이카로스, 어느 틈 풀벌레의 눈빛 속에 내 날개 하나씩 날아 오르고 있네 나 그만 태양 속으로 까마득히 빠져 버리고 있네
위승희 시인 / 종이 위에 연필로 부르는 노래 -痛點23
조그만 창이 있는 그 방은 꿈꾸기 좋은 방이었다 한 그루 나무를 손에 쥐고 나무를 그리면 나무는 더 큰 나무를 보여주었다 어느 틈 숲이 자라고 무성해진 숲에선 길을 잃기 쉬워 나는 나를 심기로 했다 연록의 수액이 내 몸으로 들어왔다 달팽이가 천둥소리가 담긴 바람의 비늘 한 개와 구름의 씨앗 한 톨을 가져왔다 숲 속에 왼종일 비가 내렸다 내 몸이 살랑거리며 뒤척거리며 조금식 열렸다 내 어깨에서 새 잎이 자랐다 나는 나무가 되어 나무의 노래를 흘려보낸다 누군가 꿈꾸기 좋은 방에 달린 작은 창을 열어 본 등껍질이 무거운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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