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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시인 / 雪國
왜 나의 사랑이 不敬한가 대궐과 초막이 한 색깔한 세상 초막이 대궐인 척 시궁창이 냉이 꿏 들판인 척 썩은 들판이 진댤래 꽃물 새긴 오래된 정원인 척
오 때는 왔다 한 사흘 동안 희 눈의 대공항 통일천하 누가 와 구출할 수 있는가 해방숙 속에 갇힌 한 사람을
김윤희 시인 / 꽃의 비밀
억겁의 빗장 속에 숨겨온 오색 빛깔 조그만 씨앗에 소금 같이 침전된 앙금 꽃들은 무슨 언어를 그 안에 감춘 걸까
한낮의 눈 시린 햇살 간지러운 바람결을 소록이 고인 은하의 별들 이슬 되어 뿌려주면 기나긴 시간의 진액을 달여내는 삼투압
지난 가을 언 땅에서 살아남은 애잔함 헉헉한 8월의 열기 폭우에 짓밟혀도 어느 날 문들 터지는 저 황홀함 어쩌랴
김윤희 시인 / 여명의 바람에 눕다
꼬리를 물고 무는 불빛 멈춘 아스팔트 회색안개 내려앉아 묵상하는 시장 바닥 아귀 속 출렁거렸던 하루해도 무겁다
리모컨에 쏟아지는 눈발 같은 빈 언어들 변죽만 건드린 의료, 복지가 화두인 정책 성에 낀 유리창 너머 박스 접는 시린 손등
여명의 시간은 멀고 아직 어둔 동녘 하늘 차례 상 기다리는 종갓집 빈 채반 위에 먼 숲 속 새의 깃털에 묻어오는 바람소리
-《나래시조》, 2014년 여름호.
김윤희 시인 / 올 것이 왔다
당뇨 교실 한 10년 차 졸업은커녕 만년 유급인데 오늘은 치매 교실 나와 질문받고 대답하는 시험 보라고 하네 저 다섯 살적 앞섶에 손수건 꽂고 나풀나풀 뛰어가던 유치원 예비 소집일 이것저것 테스트에서 나 일등 먹었는데 척척 쓰고 읽고 시계도 볼 줄 알았는데 오늘은 무슨 선고 받으러 법정에 출두하는 중죄인 같다 암 늙음은 목숨의 피의자이고 말고 피해망상 짙은 분칠로 팍 누르고 강당에 들어서니 소꿉장난 수준의 기호를 들이대며 풀어보라고 하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도다
김윤희 시인 / 미리 쓰는 절명시 - 시는 나의 미망인
이제 겨우 그 맛 조금 깨쳤는데 효험보기 시작했는데 병석에서도 기적 일으키는 그 힘 보았는데 지기에서 측근으로 최근 승급해 놓았는데 나 떠나야 하나 미망인으로 그 남겨두고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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