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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산 시인 / 바람난 치악산 9
'힘겨운 당신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가슴 속 태우던 불꽃 꾹꾹 눌러 담은 화로 같은 언어로
당신을 바라보면 검은 머리에 스치는 세월이 안타까워 붉어진 눈시울.
오늘은 따사로운 눈빛으로 사랑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산 시인 / 지하철 할미넴 - 들꽃요양원.20
에미넴을 닮은 할미넴의 공연이 시작된다. 욕랩이 쏟아진다. 쏟아진 욕들이 빙글빙글 춤을 춘다. 니미 씨부럴, 배라 처먹을 것들, 요런 벼락 맞다 죽을 것들, 왼갖 지랄 다 하네. 벌집을 콱 쑤셔가지고 눈탱이고, 대갈박이고 죄다 쪼사 버릴 것들, 뭐하는 것들인지 똑바러 사러, 아주 안하무인이야, 남의 얼굴 치다보고 치떴다 내리떴다 용천지랄하고 개지랄 하고 자빠졌네. 이 잡것들아, 니가 빨갱이여, 판사여, 검사여, 예엠병, 빨갱이들만 저 지랄이여, 어디서 나대, 꼴값한답시고 찢어진 아가리 함부로 놀리고 씨부리고 자빠졌네. 환장했어, 엇다 대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고 지랄발광이야. 꼬락서니 하고는 멀 잘혔다고 고렇게 꼴아봐? 참말로 깨고랑창에 대가리를 꽉 파 묻어버릴 놈들. 욕쟁이 할미넴의 욕랩 공연이 2호선 지하철을 따라 돌고, 돌고 돌아가고 있다.
정치산 시인 / 새벽마다 땅을 뚫는 소리
민들레가 촉촉하게 젖은 틈을 뚫고 나온다. 민들레 옆에서 개미군단 구멍을 뚫고 있다. 개미 몇 마리 민들레꽃으로 쳐들어가고 있다. 꽃 속을 헤치며 파고드는 개미의 빰 후려치고, 땅속을 훑고 기어드는 땅강아지는 품어준다. 뽑고 뽑아도 빈틈없이 풀들 예쁘게도 자란다. 촉촉이 젖은 이도 말랑한 속살을 내보이면 와글와글 시끄러운 풀씨들 그 속에서 숨 쉬고 팽팽하게 움켜쥔 뿌리들 호미날을 튕겨낸다.
-웹진 『시인광장』 2025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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