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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조 시인 / 노부부
아침 산책길 언제나 만나는 노부부
지팡이 짚고 나란히 참 정다웁구나
저분들은 부부싸움이란 말 모를 거야
어젯밤에도 한바탕 전쟁을 치른 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문조 시인 / 꽃도둑
어느 집 화단에 이렇게 씌어 있었다
장미 훔쳐간 사람 자손대대 망하거라
꽃을 훔쳐간 사람이 괘씸하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꽃에 대해 이런 막말은 좀 심하지 않나
꽃 도둑도 도둑이지만 꽃을 사랑하는 고운 마음으로 용서하면 좋지 않을까
차라리 아름다운꽃 더욱 아름답게 잘 키우세요 이렇게 써 놓았으면 어떨까?
이문조 시인 / 거미가 열심히 집을 짓는 것은
거미가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 열심히 집을 짓는 것은 살아 있다는 표시이다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가 열정적으로 詩를 토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표시이다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詩人이 詩를 쓰지 않고 무얼 하겠는가!
이문조 시인 / 외길
길은 오직 그 길 하나밖에 없었다 되돌아올 수 없는 길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 길로 나아갈 뿐이다
오늘 일지 내일 일지 알 수는 없어도 갈 곳은 정해져 있다
한 번 떠난 집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영원의 길로 꿈속처럼 따라가고 있다
사립문 굳게 닫힌 주인 잃은 집 감나무 한 그루 지키고 섰다
이문조 시인 / 詩와 가난과 눈물
詩人은 가난하다 아니 가난해야 한단다 詩의 씨앗은 박토에서만 자라는 이상한 씨앗인가 다른 씨앗들은 옥토에서 잘 자라는데 배부른 돼지에게서 詩는 나오지 않나 화려한 저택에서 詩의 새싹은 말라버리나 詩에는 가난이 묻어야 詩에는 눈물이 절어야 하나 정녕 詩는 눈물로 쓰고 눈물로 읽어야 하는 것인가!
이문조 시인 / 행복
가난한 자도 마음껏 즐기는 청풍명월
돈 없는 나도 한껏 누리는 따사로운 햇볕
소유하지 않고도 향유하는 대자연 무한한 행복
이문조 시인 / 벌초
이 사람들아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있나
전에는 낫질로 조용조용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이발을 하니 편안히 잠도 잘 왔는데
윙~윙~ 윙~ 기계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편한 것도 좋지만 기계는 정말 싫어 옛날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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