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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정 시인 / 명왕성 -134310
2006년, 나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작고 희미한 존재 뻥 터진 팝콘 무리에서 갇혀버린 부스러기 한 톨 지옥의 세계가 이렇게 어둡고 외로울까
친구가 필요해 카론, 나와 함께 궤도에 오르자 함께 밤하늘을 꿰뚫어 보자
러시안 블루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 그 수평선 너머 침묵하는 작은 나를 찾아 주세요
134310 보홀의 바닷속에 숨겨둔 안경원숭이를 찾아가세요 심장보다 더 큰 눈으로 태양을 찾아 줄게요
스틱스, 하이드라, 케르베로스 두 손 가득 달빛을 모아 내 검은 얼굴을 닦아내고 반딧불이 되어 당신을 향해 다가갑니다
궤도는 불균형, 혹독한 겨울의 땅 이탈된 낙오자는 우주를 떠돌고 어츨해진 심장은 유성우로 쏟아집니다
당신은 나를 버렸습니다 그러나 매년 여름이면 수만 그루의 꽃을 피울 겁니다 키 작은 해바라기로 밤하늘은 샛노랗게 물들겠지요
강수정 시인 / 싱잉볼
고산의 수행자는 사랑을 알까요
소녀의 살결은 히말라야 눈물을 닮았습니다 흘러내린 눈雪에 서두름을 더해서 만든 야룽강 느림을 닮은 메아리는 작은 섬 둘레를 감싸고 있습니다
티벳여우를 유혹한 쥐토끼의 표정에도 머리는 꼿꼿하게 그녀의 앳된 미소에는 차가운 나와 따뜻해질 네가 흘러나옵니다
야칭스* 언덕에 가난한 바람이 불어오고 처음 맞이하는 가부좌가 명상처럼 아침에 눈을 뜹니다
들꽃의 재잘거림이 흙먼지를 뚫고 큰 사원에 도착하면 삶의 끝을 감당했던 링거를 꽂은 팔뚝들이 분주히 맞이합니다
섬 속에 가둔 앳된 자유가 사다리를 타고 고산의 구름이 되고 검은 연기 속 폐부를 지난 흰 연기가 지구를 데우는 중입니다
고산의 수행자는 사랑을 할까요
붉은 가사를 입은 맨발의 뒤꿈치에 6월의 눈이 쌓이고 여러 해 묵혀둔 번데기의 외피가 단단해지면 자랑처럼 펼친 그녀의 날개는 하늘 가까이 날아오를 겁니다
* 동티베트 지역인 중국 쓰촨성 간쯔짱족자치주 바이위(白玉)현 고산지대에 조성된 티베트 닝마파 승려들의 수행처.
-웹진 『시인광장』 2025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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