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西風 앞에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6. 1. 24.
황지우 시인 / 西風 앞에서

황지우 시인 / 西風 앞에서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하는 순교자

같다.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 문학과지성

 

 


 

 

황지우 시인 / 聖 찰리 채플린

 

 

영화 모던 타임즈 끝장면에서 우리의 "무죄한 희생자",

찰리 채플린이 길가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으면서, 그리고 특유의 슬픈 얼굴로 씩 웃으면서 애인에게

"그렇지만 죽는다고는말하지 마!"하고 말할 때 너는 또 소갈머리 없이 울었지

 

내 거지근성 때문인지도 몰라

나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굶주려 있었단 말야: "너 요즘 뭐 먹고 사냐?"고

물어주는 거

聖者는거지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너도 살어야 헐 것 아니냐

어떻게든 살어 있어라

 

어느 날 나는 흐린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黃芝雨) 시인

1952년 전남 해남군 출생. 본명 황재우(黃在祐).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 문리대 문학회에서 문학활동.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연혁(沿革)〉 입선, 〈문학과 지성〉에 수필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를 발표하며 등단.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 수료. 김수영문학상,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 2006년 옥관문화훈장.